심신 건강 보살펴 드리는 게 가장 큰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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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설이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는 날이다. 하지만 차례 못지 않게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면서 평소 못다한 효도를 하는 의미도 크다.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번 설날은 그간 못다한 부모님 건강챙기기부터 실천해 보자.

◆정신 건강=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데다 신체적 질병, 배우자나 친한 친구의 죽음, 자녀들의 소원함,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실제 65세 이후 노인 네명 중 한명 이상이 치매나 우울증 등으로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효와 경로사상으로 노인을 배려하던 전통사회와 달리 핵가족이 보편화한 지금은 고독감.소외감으로 노년기 정신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부모님이 이전과 달리 사소한 일에도 곧잘 화를 내거나 불평이 많고, 말다툼도 잦아졌을 때, 혹은 만사가 다 귀찮고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듯싶으면 '노인이 돼 그런가'라며 지나치지 말고 정신질환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들려준다.

예컨대 기억력에 문제가 많은데도 '노인이니까…'하며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노년기 기억력 감퇴의 원인은 노인성 건망증.초기 치매.치매 염려증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 정신질환은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손상에서 올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맑은 정신은 노인들의 질 높은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정신건강을 위해선 뇌를 많이 쓰는 게 좋다는 것은 이미 현대의학이 입증했다. 치매도 노화에 따른 숙명이 아니라 책읽기 등 꾸준한 두뇌활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란 점을 부모님께 인식시켜 드리자. 부모님께 평상시에도 끊임없이 두뇌를 사용하도록 알려드리고 구체적으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체적 건강=노인이 되면 요통.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 각종 만성병을 몇 개씩 앓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파야 병원을 가던 세대다. 반면 노인병은 아파도 증상이 잘 안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부모님을 만나면 안색부터 살펴보자. 나쁜 안색은 질병의 적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색이 안 좋으면 언제부터 그랬는지, 동반되는 증상은 무엇인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면상태.식사량.몸무게 변동 등도 점검해 보고 집에서 알 수 있는 원인부터 찾아봐야 한다. 예컨대 식사량이 줄었다면 걱정거리가 있는지, 우울증인지, 소화 장애인지, 치아 문제인지 등을 여쭤 보자.

혈압 측정은 노인 건강을 위한 기본 사항이다. 최근에는 정상 혈압기준치가 내려가 수축기 1백20, 이완기 80 이하일 때 정상으로 진단한다.

노인에게 많은 백내장 등 안과 질환 여부도 관찰해 봐야 한다. 최근 들어 부쩍 눈앞이 혼탁해지지 않았는지,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자.

이처럼 다양한 질병과 노년기에 흔한 암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종합검진이다. 따라서 부모님 상태를 살핀 뒤 이번 설엔 건강검진을 선물로 드리도록 하자.

◆운동법 교육=운동은 무병장수를 보장하는 최고의 보약이다. 부모님도 건강을 지키려면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신체 활동이 뜸한 겨울철엔 노인일수록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노화와 더불어 유연성.민첩성.근력.지구력 등이 모두 떨어지는 데다 바깥 활동을 안 할수록 이런 기능은 급속히 감퇴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체력이 떨어져 몸이 쇠약해질 뿐 아니라 유연성과 균형감각이 부족해 자칫 일상생활 중에 다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안전한 종목과 방법을 골라 운동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켜 드려야 한다.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운동은 관절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스트레칭이다. 설 연휴 기간만이라도 매일 아침.저녁, 적어도 10분씩 부모님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도록 하자. 부모님의 체력과 건강상태에 따라 틈날 때마다 약간 빨리 걷는 속보를 권해보는 것도 좋다. 만일 부모님이 고혈압.당뇨병.만성폐질환.뇌졸중 등 지병이 있을 땐 적절한 운동 종목.시간.강도 등을 전문가에게 처방받은 후 처음엔 함께 하면서 가르쳐 드려야 한다.

◆식단 점검=노년기 건강을 위해선 세끼 식사를 통한 적절한 영양공급이 필수 조건이다. 특히 노인들은 영양 부족이 큰 문제다. 노화와 더불어 미각과 소화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데다 치아질환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짠 음식을 많이 먹고 칼슘.철분.비타민 부족이 많다. 따라서 부모님께 '밥+국(혹은 찌개)+반찬 두 세 가지'를 기본으로 우유.달걀찜.시금치.닭죽 등 소화가 잘 되면서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매끼 적절히 배합하도록 설명드리자.

미각과 후각이 떨어진 부모님은 젊은 사람에 비해 열 배 이상 강한 자극을 줘야 제맛을 느낀다. 따라서 부모님 생각에 싱겁다고 느끼는 식사를 하도록 조언해야 한다. 또 노인은 소화 기능이 떨어지므로 튀기거나 구운 음식보다 삶거나 찌는 조리에 입맛을 들이는 게 좋다는 말도 반복해서 해 드리자.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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