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일 압력 고립 자초”/가트·EU등 국제사회 거센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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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WTO 존재 무시한 횡포/막대한 재정적자부터 풀어가야
일본의 시장개방을 위한 미일 포괄경제협력의 결렬에 따른 미국의 대일압력이 관세 및 무역 일반협정(GATT) 합의를 무시하는 양자간 협의의 방향으로 나가자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쌍무적인 무역문제 해결방식은 우루과이라운드(UR) 합의 당시부터 많은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무역갈등의 다자간 해결원칙을 위해 세계 1백17개국이 합의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존재마저 부정하려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피터 서덜랜드 GATT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남아공을 방문중 미일 무역마찰에 언급,『쌍무간의 무역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WTO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일 무역마찰이 UR 합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언 브리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17일 『유럽도 대일 무역적자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보복적인 방식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외교적인 방식을 동원,일본을 설득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대일 보복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19일 브뤼셀에서 열린 GATT의 미국경제 보고서 발표회의에 참석한 각국은 미국의 대일 무역압력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경고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한국을 비롯,유럽연합회원국·캐나다·호주 등 20여 GATT 회원국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트란 반 틴 GATT 주재 EU 대사는 『대일압력은 미국이 목적달성을 위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복을 경고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야부나카 미토지 주제네바 일본대사는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가 대일 무역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일본은 수치목표 요구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도 지난 90년에 일본과 합의한 3∼4년내 적자축소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일본은 흑자삭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GATT의 미국경제보고서는 미일 무역분쟁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대외무역압력의 법적근거인 미 통상법 301조에 대해 『다른나라의 시장개방을 위해 미국의 시장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하는 이율배반적인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일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미국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수출산업의 높은 가득률·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주로 연방재정적자가 가져오는 경상수지의 적자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대일압력으로 인해 원하는 시장개방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러한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인해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는 비경제적 손해를 입게 될 것은 자명하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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