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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헤아려 세태대변 청량제-시사만화 왈순아지매 20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왈순아지매」의 만화세계는 촌철살인의 풍자는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감싸안는 일류의 해학으로 鄭雲耕화백 독보의 경지를 보여준다. 매일 독자에게 배달되는 이 4단컷의 마술은 건조하고 살벌하기조차한 신문사회면을 중화하는 오아시스처럼 독자에게 여운 긴카타르시스를 맛보게한다.
왈순아지매 만화의 미덕은 그 만화세계가 시대의 일상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아지매와 그 주변인물들이 이 각박한 세상에 서민들의 자화상이자 영원한 이웃이며 그들의 대변인인데 있다.
말하자면 시사만화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셈인데 이 리얼리즘은 세태의 정곡을 찌르는 소재는 물론 鄭화백 특유의 충실한배경묘사에 의한 입체적 구도,살아 숨쉬는 대화 구사에 힘입고 있다. 어쨌든 소시민이자 샐러리맨인 가장의 박봉을 쪼개 가계를꾸리느라 왈순아지매가 손놓고 노는 모습을 우리는 본 기억이 없다. 가장이 좀 시니컬하고 가끔 약은 면도 보이는 반면 이 억척스런 왈순아지매는 단순명쾌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성격이다.
가장은 체증걸린 고속도로에서 갓길 운행도 슬그머니 하고 선거철이면 대형지갑을 준비,한몫 챙길 마음도 동하는 속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줘 아지매의 혀를 차게한다.
반면 아지매는 전국구대표.지역구대표를 자처하며 침입한 떼강도에게 아파트 당첨순위나 은행의 번호표처럼 순위표를 나눠주고 순서대로 털어가라는 배포를 보이기도하며 김장철에 들어온 강도에게는 무 썰던 식칼을 쳐들어 쫓아내기도 한다.
이같은 가장을 통한 소시민적 풍자와 아지매의 우직한 정직성이함께 잘 어울린 것이 왈순아지매 만화의 친근한 매력이다.
그러면서도 죄가 뭔지도 모르는 5,6共인사 집의 개가 웃는다든가,이합집산 뛰어다니느라 벗겨져 팽개쳐진 정치인의 구두끼리 가가대소하는 모습은 우리시대의 통렬한 야유로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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