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청년을 꿈꾼다 <23> 숙면 취하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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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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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갈수록 꿈이 줄어든다. 삶의 꿈만 그런 게 아니라 꿈을 꾸는 시간, 즉 ‘REM(Rapid Eye Movement)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

‘잠 못 드는 밤’에 빨리 늙는다 #수면시간 줄면 성장호르몬 감소 … 성인병도 위험 커져

의학적으로 REM 수면 때 신체의 노화를 막는 성장호르몬이 대량 분비되므로 이 시간이 줄게 되면 빨리 늙게 마련이다. 중년이 지나면 이를 비롯해 크고 작은 수면장애에 시달린다. 잠이 자주 깨고 피로한데도 새벽에 깨어 잠을 청할 수 없게 된다. 대신 낮에는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멍한 상태가 된다.

미국의 국립보건원(NIH), 국립수면재단(NSF), 국립노화기구(NIA) 등의 수면 전문가들은 “노인의 수면 문제는 단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수면습관과 특정한 수면장애를 방치하거나 약·술·병 등의 문제가 쌓여서 생긴다”며 “잠을 잘 못 자면 더 일찍 늙고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므로 중년부터 잠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치매·우울증·고혈압 야기

노인이 되면 잠잘 시간을 알려주는 ‘생체시계’의 침(針)이 앞으로 당겨져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난다. 이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침상에 들어서도 곧바로 잠들지 못하거나 잠을 덜 자고 새벽에 깨어나 온종일 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 노인은 잠을 자도 깊이 자지 못한다. 잠의 4단계 중 깊은 잠에 해당하는 3, 4단계의 잠, 꿈을 꾸는 REM 수면이 줄어든다. 자주 깨는 것도 문제다. 뇌파검사에 따르면 20대는 평균 2회 밤잠에서 깨는 반면 60대는 10회 이상 깬다.

잠은 세포를 수리하고 복구하며 면역 시스템을 점검해서 복구하는 기능을 한다. 그동안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단기적으로 피로와 불안이 심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19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다면 알코올농도 0.08%에 해당할 만큼 주의력과 운동기능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호르몬 체계와 대사 과정에 영향을 미쳐 기억력 감퇴·치매·우울증·고혈압·당뇨병·심장동맥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코골이·흡연이 수면 방해

노인이 된다고 잠을 못 자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노인은 젊은이 못지않게 잘 잔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중년 이후 은퇴, 가족의 죽음, 신체의 이상 등 각종 스트레스가 쌓여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난다.

흡연으로 인한 만성호흡기질환이 있으면 산소 부족 때문에 저절로 잠에서 깬다.

또 코골이를 비롯한 ‘수면 무호흡 증후군’, 발목·무릎·엉덩이 등을 움찔움찔 움직이는 탓에 깊이 잠들지 못하는 ‘지속적 다리운동 증후군’, 주기적으로 팔다리를 떠는 ‘주기적 사지 운동장애’, 꿈을 꿀 때는 원래 몸이 움직이지 않지만 특정한 이유로 몸부림을 치는 ‘REM운동장애’ 등이 잠을 못 자는 원인이다.

중년이 지나 잘 생기는 관절염·위궤양 등의 통증이 심해지고 심장병·화병·치매 등의 질환과 폐경도 잠을 방해한다. 또 생식기 노화로 화장실에 갈 일이 자주 생긴다. 우울증이 있어도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하며, 특정 약물과 술도 숙면을 방해한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중년부터 잠버릇을 제대로 들이는 게 중요하다. 우선 정해진 시간에 침실에 들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밤잠을 설치거나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라도 다음날 평소처럼 일어나 활동하고 낮잠을 30분 이상 자지 않아야 한다.

낮에 바깥에 나가 햇볕을 쬐고 신체가 약간 피로할 정도로 육체적 활동을 해야 한다. 저녁에는 카페인 음료를 피하고 자기 직전에는 물을 한 컵 이상 마시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우유 반 컵 정도를 마시면 잠이 잘 온다.

수면제는 일시적 효과를 낼 뿐이므로 가급적 피하고 숙면을 위해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 잘 때에는 가급적 조용하고 어두운 방에서 익숙한 침구로 자고 자기 직전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배우자가 코를 심하게 골면 귀마개를 하고 자거나 방을 따로 쓰는 게 좋다. 잠자리에 든 뒤 30분이 지나도 잠을 못 자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일어나서 책을 보다가 잠을 청한다.

자기 전에 술을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취해서 잠을 잘 잔 것처럼 느낄 뿐, 실제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다음날 피곤해진다.  

이렇게 해야 푹 잔다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는 숙면을 위한 보약이다. 미국 샌타모니카 로터리클럽이 운영하는 비영리 상담사이트인 ‘헬프가이드’(www.helpguide.org)가 제안하는 운동 및 스트레스 관리법을 소개한다.

■숙면을 위한 운동

·운동을 시작하고 천천히 속도와 강도를 높인다.

·늦어도 취침 6시간 전에 운동한다.

·자주 걷는다.

·스트레칭과 근력운동도 병행한다.

·관절에 문제가 있으면 수영을 하라.

·음악을 좋아하면 춤을 배운다. 노후 사교에도 좋다.

·골프는 노인에게 가장 좋은 운동. 늦어도 중년에 배운다.

·자기 전에 부부 성관계를 갖는다. 심신건강에 좋다. 그러나 성관계 뒤 잠을 곧바로 잘 수 없다면 자기 직전에는 피한다.

■숙면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일기를 써서 고민거리나 걱정거리를 털어낸다.

·일정표를 짜서 오늘 할 일과 내일 할 일을 구분하고 일정표를 지키도록 노력한다.

·자기 전에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소파에서 책을 읽는다.

·부부가 서로 마사지를 한다.

·평소 자신의 고민을 말하라.

·자기 전에 복식호흡을 한다. 복식호흡은 가슴은 움직이지 않고, 들숨 때 배를 부풀리고 날숨 때 배를 넣는 호흡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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