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서 김 농림수산 해임건의안/“이탈표 있을까” 고민하는 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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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정계·농촌출신 의원 「돌출행동」 우려… 잇단 대책회의
민자당이 임시국회 초반부터 느닷없이 복병을 만나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 16일 김양배 농림수산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과반수(1백50표)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민자당 의석(1백72석)을 제외하고 민주당(96석)과 무소속 등 나머지 의석(31석)을 모두 합쳐 봐야 1백27석에 불과해 과반수에서 23표가 모자란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만 계산할 때 민자당으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당지도부는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이다.
이성호 수석부총무는 『김 장관 발언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가 취임한지 얼마 안된 만큼 해당 상임위에서 주의정도 주었으면 충분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의원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감대가 적어 이탈표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민자당의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총무단의 잇따른 대책회의가 이를 여실히 뒷받참해주고 있다.
이한동총무는 16일 본회의가 끝난후 부총무들을 불러 해임건의안 처리문제를 놓고 1시간여 회의를 했다.
곧바로 이성호 수석부총무 주재의 부총무단 회의가 이어졌다. 구체적인 표이탈 방지대책을 숙의한 것이다.
이같은 민자당의 속앓이는 미묘한 사안의 표대결 때면 으레 나타난다. 지난해 박철언·김종인의원 석방요구 결의안 처리 때도 이미 겪은바 있다.
언제 노출될지 모를 한지붕 세가족의 계파간 갈등요인들이 잠복해 있는 탓이다.
지난달 31일 김영삼대통령에게 한 당무보고에서 문정수 사무총장은 지구당 위원장 등에 대한 세대교체론을 제시했다.
민정계 의원들은 이를 물갈이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곧이어 박재규 전 의원에 대한 정치공작 의혹이 폭로돼 5공 핵심인물이었던 민정계 배명국의원이 당무위원과 경남도지부장 자리를 내놓았다.
민정계 의원들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자칫 표결에 돌출변수가 될 수도 있다.
사안이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비롯된 만큼 민자당의 농촌출신 의원들의 태도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이미 몇몇 의원들이 UR협정서 국회비준 반대서명에 참여한 것도 지도부로서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당사자들은 앞으로 당명을 따르겠다고 해명했지만 그만큼 의사통합이 쉽지 않음을 반증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의석분포를 고려할 때 이번 김 장관 해임건의안은 부결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탈표가 생기느냐에 따라 민자당에 적잖은 파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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