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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어진 대북대책” 미 당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실무접촉 서둘러 요구… 진의타진에 분주/패트리어트 한국배치 강행여부 새 고민
미국은 북한의 핵사찰수용 발표에 대해 15일 즉각 환영논평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진행해온 각종 대북한 대책이 급작스레 엉클어지게 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21일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때까지 사찰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유엔으로 이 문제를 넘겨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취하기 위한 구체적 실시방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기습적인 사찰수용 발표로 미국의 계획은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의 이같은 곤혹감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주한미군 배치여부 결정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5일 북한의 사찰수용의사 전달이후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를 정치적 협상대상에서 제외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이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가 대북한 제재이후 북한의 대남 보복 군사행동에 대비한 것이라는 기존 목적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은 또 북한이 사찰을 받지 않을 것으로 결론짓고 94년도 팀스피리트훈련을 사실상 시작하는 예비부대 동원령까지 내려놓고 있는 상태라 앞으로 IAEA 사찰팀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경우 이 훈련에 대한 긴급한 계획변경이 필요하게 됐다.
미국은 또 유엔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대북한 제재를 「의견개진」 형식으로 논의한 후이기 때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의 협의를 일단 유보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어려운 외교적 번복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더구나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와 가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대북한 제재를 구체적으로 논의한바 있어 정상회담의 성과가 상당부분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수모까지 겪어야 할 지경에 놓여 있다.
미국정부는 이같은 일련의 강경조치가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사찰 수용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대북한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른 지난달 이후의 중점적 정책방향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미 국무부는 15일 즉각 뉴욕에서 허종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부대표와 비공식 실무접촉을 서둘러 요구,북한측의 진정한 의도를 타진하고 북한 핵사찰이 실시된후 취할 미국의 대북한 조치들에 대해 의견조정을 했다.
미국은 이번 뉴욕 비공식접촉에서 3차 고위급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남북한 한반도 비핵협정을 실현하기 위한 남북한 특사교환을 조기 시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미국은 IAEA 사찰팀의 사찰이 2∼3주 걸리는데다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는 또 3주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그동안 남북한 특사교환 문제외에도 이번 사찰에서 제외된 북한의 미신고 2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또 이 기간중 3차 고위급회담의 성사조건을 놓고 북한과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북한의 이번 사찰수용 의사전달은 다시 최악의 단계는 미뤄두고 세부사항을 둘러싼 설전재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의 태도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미 국방부가 과연 패트리어트미사일의 주한미군 배치를 강행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모아진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핵사찰을 받는다 하더라도 북한 군사력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어 한국의 군사대비 태세는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패트리어트미사일의 한반도 배치를 강행할 것으로 보여 이 문제는 앞으로 한미관계는 물론 북­미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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