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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조직범죄 사양-두목 잇단 체포.피살로 영향력 급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오랜 세월동안 라틴 아메리카는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직범죄의 우두머리들이 최근 몇년사이 줄줄이 체포.피살되며 南美 갱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탈옥한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44)는 지난해 12월초 정부군에 의해 사살됐으며 페루의 反정부 게릴라 단체「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두목 아비마엘 구스만(59),브라질 희대의 부패 실업가 파울로 세사르 파리아스(4 8)등이 잇따라 검거됐다.
이밖에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발효,평화적 정권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며 정부에 대한 빈민층의 신뢰확산 분위기도 범죄수뇌부 검거와 세력축소에 한몫하고 있다.
「마약王」이자 테러범인 에스코바르는 美國 플로리다州 마이애미의 호화저택에 캥거루.낙타.기린까지 갖춘 목장을 보유한 억만장자로 막강한 정치세력을 형성한뒤 수많은 정적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인터내셔널 갱」의 효시였다.
그는 수십t의 마약을 콜롬비아로부터 美國.유럽까지 수송,지구촌 곳곳의 슬럼지대와 상류층까지 마약이 파고드는데 기여했으며 다국적 기업형식의 범죄단 구성후 불법으로 번 돈을 본거지 메데인과 연결돼 있는 금융가에서 컴퓨터.팩시밀리.전화로 돈세탁한 대표적「마피아」보스이기도 했다.
그는 1천명이나 되는 사병조직을 운영,라이벌 조직 두목이나 판사.검사.정치인.기자.경찰관등 4백명 이상을 암살했으나 그의피살을 계기로 콜롬비아 마약조직은 구심점을 잃은채 세력이 대폭축소,메데인 마약퇴치에 전념해온 美國과 서방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센데로 루미노소」의 창설자 구스만도 92년9월 수도 리마 인근의 외딴 가옥에서 당국에 체포됐다.「毛澤東주의」를 맹신하는SL은 체제전복을 목표로 끊임없는 테러를 자행,정부.시민을 괴롭혀왔으나 구스만의 뒤를 이을 리더가 없어 주춤 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55)의 단호한 척결의지로 조직 재건 의욕을 상실한채 붕괴위기에 처해있다.
29년만의 첫 민선 대통령 페르난도 콜로르(45)를 의회탄핵으로 중도하차 시켰던 부정부패사건의 주범 파리아스는 직접 범죄단체를 이끌진 않았으나 89년 大選당시 50억원이상의 선거자금을 제공했으며 콜로르가 취임한 이후 온갖 특혜를 독점한 대표적부패 기업인으로 악명을 떨쳤다.
재판도중 해외로 도피했던 그는 지난해 11월 관광객으로 위장해 방콕으로 잠입하던중 검문에 걸려 브라질로 압송됐다.
그러나 일부 범죄분석가들은『마약.테러조직 우두머리중 상당수가격리되었으나 이들이 지휘해오던 조직은 건재하다』며『아직까진 잠복기로 봐야할 것』이란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美 CIA 해외정보팀도『南美의 두통거리인「전설」들을 소탕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까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며 언제라도 범죄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奉華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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