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재협상/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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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말 비준까지 과정은 부대절차/백17개국 합의문 바꾸긴 힘들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새로 해야 한다는 사회단체 및 농민들의 요구가 높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김성훈 중앙대 교수는 『UR 협상은 오는 15일 각국이 「최종개방 이행계획서(컨트리 스케줄)」를 내고 이것을 바탕으로 각국 대표가 새로운 협정문을 4월초 승인한뒤 그 결과를 각국 의회가 연말까지 비준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재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측은 김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일축」한다. 협상의 절차와 내용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일정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부대절차」일뿐 실질적인 협상은 이미 지난해 12월15일로 끝났다는 것이다. 상황이 끝나 정리하는 단계인데 우리만 나서 협상을 새로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전혀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제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최근의 한국 농민시위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측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전한다.
또 지난달 19∼2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쇠고기협상에서 우리측이 산 소의 수입개방(2001년부터)과 민간업자의 수입쇠고기 포장판매를 허용해준 것은 무엇이냐고 농민단체들이 따지는데 대해 농림수산부는 양국이 이미 합의본 테두리 안에서 세부적인 쟁점을 매듭지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측은 또 금융 등 일부 서비스분야에서는 앞으로 2년간 후속협상이 계속되지 않느냐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측은 금융·해운·기본통신 등 3개 분야와 서비스분야의 노동력 이동에 대해서는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모든 국가들이 후속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성극제 연구위원은 『재협상을 하고 싶어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외에도 많이 있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나라들이 모두들 다시 협상하자고 나선다면 1백17개국이 지난해말에 한 합의문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또 『재협상이 성공하려면 협상에 참여했던 모든 나라들을 상대로 우리측 입장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어렵다는 점은 이미 지난해 UR 협상에서 실감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한다.
농림수산부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말 한미간 쌀협상 결과에 대해 당시 호주·캐나다 등 몇몇 나라들이 크게 반발했던 사례를 들며 『현재로서는 재협상 자체도 생각하기 어려울 뿐더러 추가적인 결실을 따내기란 더욱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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