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키스로드’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가면 분위기 난다

연애가 안정권에 들기 전까지는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이걸 확 헤어져, 말아?” 연애컨설턴트의 말을 빌리면 서로를 길들이기까지는 어쩔 수 없단다. 이성을 길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와 상냥한 말투, 적당한 유머. 물론 이 세 가지 기술을 동시에 사용했을 때 ‘한 방’에 먹힐 수 있는 그럴 듯한 장소가 있다면 이 아니 좋을런가! 수많은 연애의 역사를 간직한 대학 캠퍼스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마법의 장소’들이 있다. 이미 경험한 이들 왈, “제법 쓸 만하다”고 하니, 메모해 두었다가 데이트 코스로 한 번 거닐어보기를.

엉덩이 사이즈가 맞아야 찰떡커플 - 인하대 궁합나무

인하대 궁합나무

인하대학교 대학본관 앞 풀밭에는 가운데가 U자로 파인 기이한 모양의 향나무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그 U자 홈에 앉았을 때 사이즈가 딱 맞으면 사랑에 성공하고, 그렇지 못 하면 1년 안에 헤어진다는 일명 ‘궁합나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무 주위에는 어떻게든 엉덩이를 끼워 맞춰 앉아 보려는 연인들로 웃지 못 할 장면들이 벌어지기 일쑤다. U자 기둥 사이의 폭은 55cm. 생각보다 공간이 좁은데도 억지로 엉덩이를 넣으려고 애쓰는 연인들을 상상해 보라. 인하대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궁합나무에 딱 맞는 ‘엉덩이 커플’은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이 뭔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궁합을 맞춰보려는 연인들로 나무 가운데는 니스를 칠한 것처럼 반들반들해졌다.

자라가 점찍어준 사랑 - 건국대 일감호

건국대 일감호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가운데에는 무려 2만평에 달하는 ‘일감호’가 자리 잡고 있다. 엄청난 부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상징적으로 보전하고 있고, 주변에는 다양한 수목들이 곧게 자라고 있어 걷기 코스로도 유명하다. 명당자리마다 넝쿨로 위를 덮은 벤치가 있어 걷다가 지칠 때면 언제든지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일감호를 감상할 수 있다. 호수 왼편에는 ‘홍예교’로 불리는 작은 다리가 있어 일감호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는 더 없이 좋다. 물론 이곳에도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있으니, 일감호에 사는 자라를 보면 일 년 내내 행운이 가득하다는 것. 그래서인지 호수 주변을 걷는 커플마다 두 눈이 유난히 크게 반짝인다. 5월에 있는 학교 축제 기간 중에는 호수 위에서 배도 탈 수 있다. 서울 시내 비둘기보다도 배짱 두둑한(사람을 보고도 절대 겁을 안내는) 오리들도 일감호의 명물.

‘키스로드’에선 뭘 할까? - 경희대 키스로드

경희대 키스로드

경희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곳 모르면 학력위조”라 할 만한 곳이 바로 미술대학으로 가는 오르막길의 ‘키스로드’다. 가을에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연인끼리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분위기가 난다. 한여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은행나무, 벚나무 숲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풍성해서 한 여름 더위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천혜의 길을 걸으며 연인들은 무엇을 할까? 당신이 상상하는 바로 ‘그 짓’이 정답이다. 참고로 한밤중이면 키스로드의 나무들은 연인들의 대담한 러브신 덕분에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얼떨결에’ 나뭇잎을 떨어낼 때가 많다고 한다. 키스로드의 끝에는 ‘선동호’가 있다. 호수라 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주변 경치와 잘 어우러져 학생들만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들도 하나같이 손꼽는 명소다. 선동호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걷다보면 애틋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피어나서, 이곳 역시 사랑의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정문 맞은편 교시탑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 가파른 언덕길을 5분 정도 걸으면 키스로드다.

손희성 인턴기자 hssoh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