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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 출두 自保간부들 혐의 부인-돈봉투사건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노동위 돈봉투사건 수사를 설날연휴 전에 끝낸다는게 검찰의 방침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5일오후 서울지검 청사에는 동부그룹 金俊起회장과 한국自保의 金宅起사장 형제를 비롯,李昌植전무.李揆天이사등이 잇따라 소환돼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이 돌았 다.
오후 2시이후 시차를 두고 검찰청사에 도착한 한국자보 임원들은 말을 맞춘듯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하며 준비한 유인물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날밤 9시50분쯤 검찰에 출두한 金俊起회장은 긴장된 모습으로 검찰청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저는 한국자보 임원들을 믿습니다』라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뒤『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것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혐의사실을 부인.
金회장은 또 金宅起사장의 위증혐의에 대해서는『동생은 위증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말했고,자보측의 로비혐의에 대해서도『사실이 아닌 것으로 들었다』고 대답.
이날 검찰 청사에는 한국자보 임직원 20여명이 모여들어 金회장이 출두하자 몰려드는 보도진을 몸으로 차단하는가 하면 밤새 검찰청사주변에 머물러「충성심」을 과시하기도.
○…검찰이 5일 오후6시『6일 이후에 소환키로 했다』던 金俊起회장을 오후10시 소환해 전격소환 배경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난무. 이를 두고 먼저 소환된 自保 간부 4명의 수사가 진전이없자 그룹 총수를 철야 조사함으로써 임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苦戰論」과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로비가 드러나 검찰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기도.
검찰은『법인 대표도 아닌 그룹회장을 부르는 것이 인력소모라는의견도 있었으나 수사상 소환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돼 앞당긴 것』이라고 아리송한 대답.
○…한편 검찰은 일부 언론에서 의원 3~4명에 대한 뇌물수수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라는 보도와 관련,『지금까지 의원에게 돈이건네졌다는 직접증거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周善會 서울지검3차장은『앞으로 수사결과의원들에게 돈이 건네진 사실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언론이 책임지라』며『정치권 소문이 마치 수사결과 처럼 보도되는 바람에 하루종일 확인전화가 걸려와 아무일도 못하겠다』고 볼 멘소리.
○…오후4시35분 가장 늦게 검찰청에 도착한 金宅起사장은 침통한 표정으로『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과 한국자보 고객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하고『이 사건을 계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
金사장은『우리는 돈봉투를 돌린 적이 없다』고 말하고는 미리 준비해온「호소문」만 돌렸다.
金사장은 호소문에서『노동위 로비의혹사건은 두달전 등산 친구인金末龍의원과 朴章光상무가 주고받은 몇마디 이야기를 朴상무가「오해가 두려워」감추려다 엄청난 의혹사건으로 비화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
金사장은 국정감사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金末龍의원이 근거도 없이 퇴직자및 노조측의 부탁을 받고 국감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을 무리하게 위증으로 몰아가다 좌절되자 이런 사태를 몰고왔다』고 했다.
○…李昌植전무는 오후3시15분쯤 10명의 임원들과 함께 출두하며 상당히 느긋한 태도였고 보도진들의 질문에 피하지 않고 끝까지 답하는 여유를 보여 눈길.
李전무는『金의원에게 돈봉투 주라고 지시했는가』라는 질문에『지시한 적 없다』고 대답했으며『朴상무가 金의원에게 돈봉투를 준 사실을 사전에 알았나』라는 물음엔『전혀 몰랐다』고 한마디로 부인. 〈崔相淵.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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