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기업 북한근로자 고용 의무화-북한당국 규정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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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北韓은 지난달 외국투자기업의 북한근로자 고용의무화등을 골자로한「외국투자기업 노동규정」(8장48개조)을 마련해 발표했다.
외국인투자기업(합작.합영.외국인기업)및 외국기업에 적용되는 이 규정은 92년 제정된 외국인투자법.합작법.외국인기업법의 시행령 성격을 갖는다.
이 규정은 北韓이 외국투자기업 유치를 위해 법령 정비를 서두른다는 사실과 북한근로자의 노동조건을 시사해주는 대목이 많아 관심을 끈다.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기업은 기업운영에 필요한 인력으로 북한인 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종업원을 대표하는 직업동맹과 노동계약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이 제시한 조건은 외국투자기업에서 일하게 될 자국 노동자의 권익을 앞세운 것이어서 北韓의 일반노동자들과 같을 수는없다. 그러나 규정을 살펴보면 북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채용.해고=외국투자기업은 기업소재지 인력알선기관이 보내주는인력을 받아들이게 돼있다.
기업은▲종업원이 기업에 손실을 주거나 노동규율을 어긴 경우,기업파산에 직면한 경우등엔 종업원을 해고할수 있으나▲직업병을 앓거나 일하다 부상해 치료받는 경우,병으로 6개월이내 치료를 받는 경우,여성종업원의 결혼.임신.산전산후 휴가. 젖먹이 기간에는 해고시킬 수 없다.
◇노동시간.휴식=종업원의 노동일수는 주 6일,하루 노동시간은8시간으로 정하고 있다.노동강도.여건에 따라 노동시간을 짧게 할수 있게 돼있다(78년에 채택된「노동법」과 유사하나 노동법은3명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의 근로시간은 하루 6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국투자기업은 종업원에게 명절.공휴일 휴식,정기.보충휴가(정기 14일,보충 7~21일),산전.산후휴가(산전 35일,산후 42일)를 주어야 하고 명절.공휴일에 일을 시키면 1주일안에 대휴를 주어야 한다.또 해마다 관혼상제를 위한 특 별휴가도 1~3일간 주어야 한다.
◇노동보수=종업원의 노임.가산금.장려금.상금등「노동보수」는 직종과 기술 기능수준.노동생산성에 따라 정한다.
北韓의 노동자 평균임금이 韓貨 3만2천여원에 해당하는 80여원(광산.제철부문 1백여원)인데 비해 외국투자기업의 종업원 월급은 2백20원(단 羅津.先鋒자유경제무역지대 1백60원)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기업의 책임으로 일하지 못했거나 기능양성기간중 일하지 못한 날(시간)에 따라 일당(시간당)임금의 60%이상에 해당되는 보조금을 종업원에게 지급해야 한다.공휴일에 일을 시키고 대휴를 주지 못하거나 노동시간외 연장작업.밤일(오후10시 ~다음날 오전6시)을 한 종업원에게는 임금과 함께 일당(시간당)임금의 50%에 해당되는 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단 명절때는 가산금을 1백%로 한다.
기업은 세금내고 남은 이윤에서 기금을 조성,생산과제를 초과달성한 종업원에게 상금을 줄수 있다.
◇노동보호=기업은 작업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고열.가스.먼지를막고 채광.조명.통풍같은 산업위생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임신 6개월이 넘는 여성에게는 힘들고 건강에 해로운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하고 탁아소.유치원을 설치해야 한다.
◇사회보험.사회보장=종업원은 병.부상.고령으로 일하지 못할 경우 사회보험.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이 혜택에는 보조금.연금의 지불(연로연금 대상은 남자 60세,여자 55세),정.휴양및치료가 속한다.보조금.연금은 북한의 노동법규에 따라 계산하고 종업원에게 거둬들이는 사회보험기금의 적립으로 이를 충당한다.사회보험기금으로 종업원 건강을 위한 정양소.요양소를 운영할 수도있다. 이같은 엄격한 노무관리 규제는 외국인 투자유치에 장애로작용할 여지도 있으나 北韓 입장에선 외국투자유치가 절박하다고 북한근로자들의 권익을 양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이 점이 노동규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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