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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형제」 친분의원 냉가슴/돈봉투 수사에 정치권 일파만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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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자금 사용내역 불똥튈까 걱정/장 위원장,검찰에 전화 해명 진땀
여야 정치권의 촉각이 온통 서초동 검찰청사쪽에 쏠려있다. 돈봉투 수사팀이 5일밤 김택기사장 등 한국자동차보험 관계자들을 소환해 철야조사를 벌인데 이어 금명간 관련의원들을 소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자·민주 양당 고위당직자들은 일요일인 6일 각자 비상연락망을 갖춘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며 나름대로 수사진행 상황을 알아보는 등 긴박한 분위기다. 특히 자보측의 비자금 장부가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추측과 함께 김준기·택기 형제와 친분이 있는 의원들은 구설수에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장석화 노동위원장은 5일 자신이 곧 소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서울지검 특수부 고위층에 직접 전화를 걸어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해명에 나서는 등 난감해하는 모습. 장 위원장은 『검찰쪽에서 사건수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하지도 않았는데 언론에서 앞서간다고 했다』며 자신의 소환가능성을 극구 부인했다.
그는 『소환이란 혐의가 분명해 바로 구속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김말룡의원의 경우 어쨌든 자보 관계자들과 식사를 함께 했지만 나는 대학동창인 자보의 전무가 밥 한번 먹자고 한 것도 거절했는데 소환당할리가 있겠느냐』라고 수뢰의혹을 일축했다.
노동위 민주당 간사인 원혜영의원도 『과일바구니를 받은 것외에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며 『검찰에서 야당 의원들에게만 덮어씌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원 의원은 평소 당내 개혁모임 소속에다 검은 돈 추방을 표방해온 「깨끗한 정치모임」의 일원이라 개혁모임측은 원 의원이 검찰로부터 거명되기 시작하자 모임 전체의 명예를 훼손당하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민자당측 간사인 최상용의원도 『한국자동차보험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고 자신의 관련설을 강력 부인했다.
최 의원은 『자보측의 비자금이 밝혀졌다고 하지만 노동위와는 무관한 자금일 것이다』면서 『당시 김택기씨의 위증고발건이 비자금 장부를 만들 만큼 심각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동위 소속의 신계윤의원(민주)은 『과일바구니를 받은 것조차 노동계 인사가 고발해 곤혹스러운 판에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침묵.
신 의원측은 특히 당초 국정감사에서 한국자보 부분을 맡았다가 김말룡의원에게 넘겨진데 대해 일부에서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시티뱅크·웨스트 팩 뱅크 분규 등 다뤄야할 현안이 많아 야당 비서관들끼리 일을 분담했다』고 해명.
○…민주당내에는 김준기·택기 형제와 학연 등으로 가까운 인사들이 상당수여서 노동위 사건외에도 검찰이 여타 비자금 사용 내용을 공개할 경우 불똥이 확산될 것이라는 추측도 만발.
명문 K고에 K대 경제학과 출신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미 M대 출신인 김택기 자보 사장과는 당 중진급인 J·K모,또다른 J의원 등이 고교·대학 선후배로 평소 허물없이 지내온 사이로 전해졌다. K의원은 5일 『김 회장은 대학교 교우회를 나가도 만나지 못했던 사이』라고 묻지도 않는 말을 하는 등 찜찜해 하는 표정이다.
특히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의 사위이기도 한 김 자보 사장은 민주당 일부 중진에게도 평소 신경을 써온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폭을 둘러싸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
○…그동안 민주당 내부 사정이라며 느긋해하던 민자당쪽도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민자당 의원중에도 김씨 형제와 이런저런 인연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특히 김 사장이 13대 총선때 강원도 태백시에서 민정당 후보로 출마한 경력도 갖고 있어 몇몇 민정계 의원들의 몸짓이 부자연스럽고 형 김준기회장과 K대 동문 의원들에게도 묘한 시선이 보내지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를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다.
한 민정계 의원은 『개인적으로 김 사장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한꺼번에 매도해서는 곤란하다』며 『자보가 노사분규 등 말썽의 소지가 많았는데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와 관련해 자보와 포철 관계자들의 위증 및 불출석건 고발을 미뤄왔음을 들어 당지도부를 의심하기도 한다.<신성호·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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