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대선] "부시 상대는 누구" 선두 안개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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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7일 오후 2시30분 미 중부의 항공 요충지인 신시내티에서 아이오와주 디모인시로 가는 델타항공 5854편 에어버스는 만원이다. 1백석 남짓 되는 좌석 중 빈자리는 하나도 없다. 30분쯤 전 수도 워싱턴의 덜레스 공항에서 신시내티까지 왔던 델타 에어버스가 반쯤 비어 있던 것과는 큰 대조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아이오와주의 민주당 대선후보 첫번째 경선은 미국에서도 '시골'로 통하는 디모인행 비행기를 오랜만에 북적거리게 만들었다.

비행기 안에는 대학생 풍의 남녀들이 두세명씩 무리지어 앉아 있다. '딘을 지지한다'는 로고를 등에 붙인 티셔츠를 입은 30대 남자, '미국의 선택 케리'라는 스티커를 가방에 붙인 20대 청년 등. 선거 자원 봉사를 하러 디모인으로 달려가는 사람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아트 디자이너 제이 라스닉은 "하워드 딘은 미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살렸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오와 경선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조사 때마다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한다. 안개 속이다.

17일 케이블 뉴스 채널 MSNBC와 여론조사 기관 조그비의 합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22.6%로 1위고,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불과 0.5%포인트 뒤진 22.1%로 2위다. 딕 게파트 하원의원(미주리주)이 19%,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이 17.9%다.

한데 같은날 발표된 서베이 USA 조사 결과는 딘 전 주지사가 24%,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22%, 케리 상원의원이 21%, 게파트 하원의원이 20%의 순이다.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차로 경합을 벌여 "아무도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의미다.

뉴욕 타임스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의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확하기로 유명하다"며 한술 더 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는 8명이 출마했지만 이중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과 조 리버먼 상원의원(코네티컷)은 아이오와 코커스에는 불참했다. 대신 1월 27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만 전념하고 있다. 두 사람이 빠졌는데도 이 정도니 뉴햄프셔 선거도 피를 말릴 게 뻔하다.

이번 민주당 경선엔 과거와 뚜렷이 다른 특징이 있다.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누가 이길 수 있느냐'는 게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됐다는 점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선두 주자였던 딘이 흔들리는 이유도 거기서 찾는다. "성격 결함과 경험 부족으로 딘은 부시를 절대 못 이긴다"고 하는 다른 후보의 집중 홍보가 먹혔다는 것이다. 때문에 후보들은 "나야말로 부시를 물리칠 유일한 후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시=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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