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安保 공백 대책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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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용산에 주둔했던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 사령부가 2007년 말까지 한강 이남으로 완전히 이전한다. 4년 뒤면 서울에서 미군의 모습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우리 국회의원 1백47명이 "안보와 경제에 미칠 피해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될 막대한 국방비를 고려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 결의안을 내놓았지만 한.미 양국의 입장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그동안 우리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기지 이전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뿐 아니라 군사전략과 재정적 부담을 고려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와 속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고 외국 기업의 국내 활동 및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이제 동맹의 상징이자 북한의 도발시 자동개입 역할을 해왔던 미군이라는 안전장치가 제거된다. 우리의 안보는 말 그대로 우리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우리는 이 정부가 과연 이러한 새 현실 속에서 국가안보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정부는 미군이 빠진 상황에 대한 대책을 갖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용산기지 활용방안을 놓고 한가한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안보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빠져나간 미군의 군사력을 대체할 계획은 무엇이며, 과연 감당할 역량이 있는지, 개괄적인 그림이라도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미측 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는 "한미연합사의 이전은 북한의 대남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태세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 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떠나면서 이런 말을 했을까. 또 한반도와 관련해 "전략적 판단을 끝냈다"는 미측의 발언은 무엇을 뜻하는가. 미국은 미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 한국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막연하다"고 몰아붙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