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모임>주부 풍물패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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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여보시오,농부님네 이내말을 들어보오,어화…농부님 말들어보오.』 진지한 얼굴에 구성진 목소리를 돋우며 어깨춤을 추는 30~50대의 주부들.
민요『농부가』를 부르며 굿장단을 맞추는 이들은 주부 풍물패「단비」의 회원들이다.
꽹과리.장구.징.북을 두드리며 사물놀이도 하고 탈춤도 추는 이들은 나이는 물론 집안의 잡다한 일거리,평소의 근심거리도 모두 잊은 듯 활기와 의욕에 넘쳐있었다.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든 주부풍물패가 탄생한 것은 지난 88년10월. 이렇다할 특별한 구심점이 없는 주부들의 모임이 1주일에 두번씩 고된 연습을 해가면서 6년째 계속되는 일 역시 흔치않아 이 아마추어 모임에 대한 주위의 관심이 각별하다.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가 열었던「풍물교실」에서 공부했던 주부들이 주축이 돼 당초 5명으로 출발한 이 모임은 현재 11명이 고정멤버가 돼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건강한」 이모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우선 우리가락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이를 통해 살림에 얽매이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작게나마 이웃에 봉사할 수 있다는 뿌듯함 때문인 것같다』고 백인숙팀장(47) 은 밝혔다.
그는『노인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할 경우 노인들이 친근감을 느끼며 매우 즐거워 하는 것같아 힘이 난다』고 했다.
그동안 굿연구소 박흥주연구원(37)의 지도로 꾸준히 실력을 연마해온 이들은 90년이후 「지구의 날」기념공연 길놀이,「함께가는 生協」개소식 마당굿,여성대회 길놀이,「환경의 날」행사등에참여해왔고 어린이.주부들을 위한 풍물교실을 개최 하는등 내실있는 사업을 전개해 왔다.
92년엔「단비」첫번째 열림굿인「주부도 힘을 모아」한마당도 개최.지난해 롯데월드에서 열었던 풍물굿에 이어 올 6월에도 이를개최할 예정으로 현재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1주일에 평균 두번꼴로 만나 서너시간씩 연습하기도 하고 연습장소인 서울 양재동 시민공원근처에 돈을 모아 마련한 사무실에서 점심을 해먹고 자매같은 우애를 나누기도 한다.
유수용주부(39)는『모임중 인생의 선배들에게 친언니에게 하듯고민을 늘어놓고 조언을 받다보면 집에 돌아와서도 밝은 얼굴을 해 남편이 오히려 이 모임에 적극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특히 이 모임 최고참선배인 김소정주부(55)가 카운슬러역할을맡고 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환경.노인.고부간의 갈등문제등을 풍자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공연등을 활발히 전개,「가뭄끝의 단비」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욕에 가득 차 있다.또 6월공연을 앞두고 회원을 몇명 늘릴 계획이다 .
문의(0342)(712)1476.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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