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양면성(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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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가 지표상으로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들어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은 1차적으로 다행스러워 보이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두가지 차원에서 현재의 경기회복세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경기회복의 양극화다.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다지만 일부 산업에 편중되어 있다. 둘째는 경기회복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물가상승이라는 불청객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회복세는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데 따른 기업투자 전망의 개선,신 3저라고 불리는 국제경제 여건의 호전과 신경제 1백일계획의 시차효과에다 금융실명제와 금리자유화에 따른 풍부한 자금공급 등이다. 여기에다 경기의 자율반등까지 겹처 내수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구조조정과 합리화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시말해 기업과 경제내부의 변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외부환경이 다소 유리해지고 통화가 너무 많이 공급되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경기회복세는 불행하게도 물가상승세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는 성장보다는 다소 성장이 늦어져도 물가안정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건실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성장과 안정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안정은 장기적 성장의 토대다. 양자를 인과관계로 파악해야지 상충되는 목표로 봐서는 안된다.
경기가 회복되어 무역수지가 흑자로 정착되는데다 자본수지의 흑자폭은 날로 늘어날 것이다. 이같은 해외부문에서의 통화증발을 환율이나 국내 부문에서 흡수하지 못하면 우리는 구조조정을 하기 전에 인플레와 노사관계 불안정 및 부동산 투기라는 악순환을 다시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기회복세를 안정성장 궤도에 연착륙시키려면 첫째,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경제주체에 알리고 그 원칙을 일관성있게 지켜야 한다. 경쟁력 강화와 제도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규제완화와 경쟁풍토의 배양 등이 정책기조임을 강조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말해주어야 한다. 정부가 손을 떼는 것과 동시에 경제주체의 경쟁의식과 책임감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고 질서가 잡힐 것이다.
두번째는 경기대책과 물가대책은 평소에 여러가지 정책을 잘 혼합해 균형감각을 갖고 집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농어촌 구조조정,사회간접자본의 확충,환경투자의 필요성 등 정치적·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냉철하게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전체의 동향과 사회적 고려요인을 모두 종합해 대처해야지 사안마다 독립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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