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동양.데이콤,선경.한국移通 인수로 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공기업의 민영화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새주인이 수면위로드러나자 민영화될 공기업과 인수업체간에「신분보장」「경영과 소유의 분리」문제로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신부는 지난해 12월 산하 공기업들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기로 결정하고 데이콤과 한국이동통신의 일부 주식을 각각 지난해말과 지난 25일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매각했다.
올해내에 완료될 데이콤과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는「재벌들의 나눠먹기」라는등 여론의 질타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기업 민영화의 모델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양그룹이 데이콤 전체주식의 10% 정도를 매입해 데이콤의 대주주가 되고 26일 예상대로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에 無血入城하자 두 기업의 임직원들이 동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특히 데이콤은 임직원들과 노조가 합심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거나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인수업체와 정부를 직접 찾아가 항의하는등 민영화정책 자체에 반기를 들었다.결국 25일에는 과장급이상 관리자가 참여한 비상결의대회가 열려「동양소속 절대반대」등의 결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일괄사표를 제출하겠다는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이에대해 동양측은 27일『상당기간동안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데이콤 노조측과 합의했다』면서도『3월 정기주총시 최소한 10%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사실 공기업의 민영화는 비효율적인 경영을 타파하고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도록 한다는 것이 본래의 취지다.해당 공기업의 직원과 노조도 이러한 취지를 인정하고 환영했다.
그러나 새주인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자신들의 신분보장 문제가 걸리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특히 이들은『공기업의 민영화가 전경련의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돼 자신들이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느 회사든간에 주인이 바뀌면 나름대로 새주인의 경영에 부합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대폭적인 인사를 감행하는 것이 관례다.특히 공기업의 경우 민영화의 취지가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므로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치다.그러나 기존의 판을무리하게 깨려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들을많이 하고 있다.
기업합병시 가장 최선의 전략은 기존의 인적자원들을 가능한 한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의식개혁을 통해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음미해볼만한 대목이라 하겠다. 〈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