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춘추전국시대로/달아오르는 술시장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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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두산·진로에 조선·외국업체 도전/「경월」 인수 두산 소주시장 맹공격/「깨끗한 맥주」 광고전 갈수록 볼만
연초부터 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류업체들의 시장확보 경쟁이 맥주·소주에서 위스키에 이르기까지 주종과 상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분야는 위스키시장. 국산위스키를 만드는 OB의 두산과 진로의 과점체제에 크라운의 조선맥주가 진출을 준비중이며 외국 유명업체들도 직판체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뛰어들 조짐이다.
「조니워커」로 유명한 영국 유나이티드 디스틸러스그룹(UDG)은 지난해 진로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한데 이어 최근 국내 직판법인을 세우고 조니워커 레드의 출고가격을 7백㎖ 한병에 2만1천9백70원에서 1만6천5원으로 무려 27.2%나 내리는 등 저가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이는 국산위스키와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이와함께 캐나다 씨그램,미국 베레 브라더스 등 다른 외국 유명업체도 국내에 단독 진출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로는 이에 대응해 영국 그랜트 앤드 선사와 손잡고 올해부터 세계적인 몰트위스키인 「글렌피딕」과 「글렌츠로얄」 등을 수입,시장에 내놓고 있다.
크라운도 올해 위스키시장 진출을 역점사업으로 삼고 조만간 시장진출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위스키 원액을 경쟁상대인 UDG·씨그램 등 외국업체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적극적인 싸움을 벌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진로의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들이 국내업체에 공급하는 원액값은 올리고 자사가 직판하는 위스키 값은 내리는 전략을 구사할 경우 국산 위스키가 가격경쟁력에서 조차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소주시장에서도 올 한해 진로와 두산간의 격전이 벌어지게 됐다.
지난해 경월소주를 인수한 두산은 5.3%인 시장점유율을 올해는 업계 2위 수준인 10.9%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아래 소주회사로는 유례없는 1백20억원의 광고비를 책정하는 한편 2백50억원을 투자해 소주 생산량을 연 6만㎘에서 13만㎘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최근 「경월그린소주」의 상표를 새로 단장하고 대대적인 수도권 도매상 공략에 나섰다가 도매상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주춤한 상태다. 여기에다 크라운의 지방 소주회사 인수설이 여전히 나돌고 있다.
그런가하면 맥주시장은 OB·크라운·진로의 3파전이 점입가경이다.
OB 7,크라운 3의 오랜 시장분할상황이 크라운 하이트맥주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 지난달 깨졌다. 지난달 맥주 점유율은 OB 67%·크라운 33% 두 회사는 「깨끗한 맥주」를 강조하는 광고를 통해 청쟁논쟁을 벌이고 있다.
재미를 본 크라운은 전주공장의 생산라인을 모두 하이트맥주로 바꿔 이 맥주의 매월 생산능력을 2백50만상자(5백㎖ 20개들이)로 늘리기로 했다.
한편 청원에 맥주공장(미국 쿠어스사와 합작,연산 20만㎘)을 짓고 있는 진로는 공정을 곧 마무리하고 2월중 시제품 경산에 이어 4월께부터 시판에 나선다.
이같은 생산능력으로는 당장은 전체시장의 8% 가량을 점유하는데 그치게 되어 있으나 진로는 점차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청주시장도 예사롭지가 않다.
크라운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화」를 다른 브랜드로 바꾼후 광고 공세를 편다는 전략을 세웠다. 두산그룹의 백화는 특급위스키값에 맞먹는 최고급 청주 「설화」(7백㎖ 한병에 출고가 기준 1만2천5백55원0을 개발,고가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사이좋은(?) 과점과 「텃새」를 특지응로 해온 술시장이 이제 완전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셈이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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