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약품에 발암물질(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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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에서 제조·시판중인 일부 회장품과 의약품에서 발암·두통·심장장애 등 부작용이 확인된 것은 정부의 의약품관리행정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약사법은 신약의 제조허가를 받으려면 그 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임상성적서를 보사부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이 약품이 시판되고 있는 도중에 뒤늦게 보사부의 안전성 실험결과로 밝혀진 것은 제조회사들이 허가를 받을 당시 철저한 임상실험을 하지 않았거나 실험결과를 허위로 작성했으리라는 혐의를 면키 어려운 것이다. 임상실험이란 새로운 약품을 개발했을 때 일정기간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사용해서 그 부작용 유무를 검사하고 용량을 결정하는 과정인 것이다. 선진국에선 3∼5년의 임상실험기간을 거친 다음에야 약품의 시판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다.
물론 약품이란 대부분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갖는 것이 상례다. 예컨대 감기나 발열과 두통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아스피린 같은 전통있는 의약품도 사용도중 부작용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인플루엔자에 걸린 어린이가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희귀증상인 라이증후군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미 식품의약국(FDA)이 경고하면서 아스피린 용기에 반드시 이 경고문을 밝히도록 10여년전 명령한바 있다.
문제는 그러한 부작용을 시판전에 충분히 실험·연구해서 밝힘으로써 국민들이 사용에 앞서 주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모든 의약품들이 설명서에서 효능과 약리작용,사용법과 함께 부작용을 명시하고는 있다. 그러나 광고선전 문구나 외부포장용기에는 효능만이 눈에 띄게 돼있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깨알같은 활자로 된 설명서는 보지 않고 투약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선전광고나 용기에도 부작용이 눈에 쉽게 띄게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번에 유해성이 뒤늦게 확인된 화장품이나 약품의 경우처럼 부작용에 대한 사전 주의가 전혀 명기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인 국민의 피해는 예방할 길이 없다. 따라서 의약품의 안전성이란 효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제약업자는 이러한 국민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공급자로서의 사명의식을 갖기 바란다.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친 안전한 제품을 생산해서 앞으로 밀어닥칠 수입의약품과의 경쟁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
소비자인 국민의 투약행태도 시정돼야 한다. 의약품인 선전에만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부작용을 점검해야 한다. 의약품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의사나 약사들의 지시를 따라 약품을 오·남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부도 이 기회에 의약품 관리행정에 허점이 없는가를 재확인하고 시판되기전에 그 부작용을 발견해냄으로써 국민피해를 사전에 봉쇄하는 체제를 갖추는데 빈틈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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