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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커지는 「돈봉투」/해명은 “각양각색”/과연 어느쪽이 진실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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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가지 경우 놓고 추측만 무성
정가를 어수선하게 하고 있는 노동위 돈봉투사건이 갈수록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노동위의 모든 의원들에게 자동차보험측으로부터 돈봉투가 전달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 민주당 김말룡의원의 폭로에 여당 의원들의 해명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진실인가를 놓고 정가의 입방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실체는 크게 세가지 가능성으로 대별되고 있다.
첫째는 김 의원의 폭로대로 노동위 전 의원에게 돈봉투가 전달됐을 가능성. 김 의원은 자보의 박장광상무가 맡기고 간 돈봉투를 되돌려줄 당시 박 상무로부터 『다른 의원은 다 받으셨는데 왜 김 의원만 이러시느냐』 『의원들 담당이 다 따로 있다』는 말을 했다는 「단서」를 강조하고 있다.
즉 김 의원의 전언을 받아들일 경우 박 상무와 여타 중역들이 각자 담당의원을 찾아 돈봉투를 전달했으며 유독 김 의원이 거절해 사건이 터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다른 의원들은 김 의원의 진술 자체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전달된 돈이 1억원 상당의 수표로 추정된다는 김 의원의 주장. 여타 의원들은 『친지들이 돈 1백만원을 보태줄 때도 실명제가 두려워 현금으로 주는 판에 악성노사분규로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자보가 무슨 배짱으로 수표를 1억원씩 주었겠느냐』는 반응들이다.
수표의 크기가 1만원권보다 클 수가 없어 『1만원권보다 큰 1백장 묶음』이라는 김 의원의 말 자체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얘기들이다.
두번째 가능성은 김 의원에게만 과일바구니와 함께 돈봉투가 전달되고 여타 의원들에게는 과일바구니만 전달됐을 경우.
현재 『과일바구니는 받았다』는 민주당 소속의원들의 해명과 민자당 의원들의 해석 일부를 더해볼 경우다. 민주당의 홍사덕·원혜영의원 등은 『집에 없는 사이 과일바구니가 전달되어 있었다』고 해명했고 27일 자보측으로부터 모백화점에 노동위 의원 12명에게 과일바구니 택배를 의뢰한 증빙서류를 확보했다.
『백화점에 부탁해 자택에 배달한 과일바구니속에 어떻게 돈을 넣을 수 있느냐』는게 여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인 셈이다.
장석화위원장과 홍사덕의원은 『김 의원이 사실상 김택기사장 위증건의 주공격수였다』며 선별 전달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과일바구니조차 받지 않았다는 민자당의 최상용간사도 『애초부터 이번 사건은 김 의원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로비가 집중되지 않았겠느냐』며 「김 의원 선별」에는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장석화 노동위원장은 당초 과일바구니조차 받은 일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과일바구니 전달은 시인하고 있고 민주당측은 과일바구니를 수수한 12명의 명단공개는 꺼리고 있어 이 경우도 무언가 찜찜한 구석을 남겨놓고 있다.
세번째 가능성은 『과일바구니조차 받지 않았다』는 민자당 의원들의 주장대로 야당 의원들에게만 금품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나 『과일바구니는 보냈다』는 자보측의 자백과 민주당측에서 확보한 12명 택배 확인서류에 비춰볼 때 신뢰성이 없는 상황.
최상용간사 등 민자 의원들은 『야당의 입을 막아야지 최근 김 사장 고발을 반대하는 여당에 금품을 전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이나 확인된 사실마저 지레 부인하는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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