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남성전유물 아니다-美,女상사에 당하는 男직원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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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직장내 성적 학대라면 주로 여직원들에 대한 남자직원들만의 전유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美國에서 여성 상사들의 남자 부하직원들에 대한 성적 학대 사례가 급증,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네소타州 소재 남녀고용평등위원회(EEOC)에 따르면 이같은성적 학대 사건이 90년 4백81건에서 91년 5백17건으로,지난해에는 무려 9백6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컴퓨터회사의 여사장이 남자직원을 그녀의 사무실안으로 꾀어성관계를 강요한 실제사건을 배경으로 한『폭로』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같은 사건의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상승을 든다. 『여성사장이 늘어나고 고위직 승진자가 많아 이들의 힘이 증가하자 이를 남용해 남자들이 지금까지 그랬던 비슷한 방식으로성적 학대를 즐긴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EEOC에 고발된 여성의 남성에 대한 성적 학대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자신보다 어리며 직위가 낮은 남자가 주대상이다.대개 여성근무자가 남자보다 많은 회사에서 남자들은 일종의「애완동물」취급을 받는다.
성적 학대를 가하는 방법도 지금까지 남성들이 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소극적이며 교묘하고 간접적이다.노골적이고 공격적이던 남성들의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세인트폴市 한 법률자문회사의 변호사 마크 벨로가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여사장을 상대로한 성적 학대 소송끝에 승소,10만달러(약 8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는 소장에서『90년1월부터 91년8월까지 근무하는 동안 여사장 파울라 매커비가 수차례에 걸쳐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게하고그녀의 가슴을 그의 등에 비벼댔으며 情夫가 돼달라고 강요해왔다』고 폭로했다.
벨로가와 같이 은밀한 방법으로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여성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십분 활용한 사례도 많다. 지난해초 로스앤젤레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욕조제조회사의 중견간부인 사비노 구티에레즈가 여사장 마리아 마티네즈를 상대로 낸 성적 학대 소송이다.이런 종류의 소송중 최고액수인 1백만달러(약8억원)를 마티네즈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구티에레즈는 그녀가 6년간 데이트.저녁식사 뿐아니라 성관계를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해고하겠다고 위협하면서까지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그는 결국 좌천된뒤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물론 두 사 건 모두 여사장들은 혐의를 부정하고 있으며 마티네즈는 구티에레즈가 오히려 자신을 성적 학대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사건에서 보듯 남자가 여자의 성적 학대를 꺼리지 않고심지어 즐긴다는 주장은 이젠 옛말이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남자들이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점이다.대개『멍청이같은 이라구,드러누워 즐기기 나 하지』라며 비아냥거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남성들은 이 문제를 잘 드러내지못하고 있을 뿐더러 공개할 경우에는 손가락질을 받고 그의 경력에 심각한 장애가 올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만 한다.
여성들도 이제 자신들이 무력한 희생자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여류작가 나오미 울프는『「여자는 천사,남자는 짐승」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면서『우리들(여성들)이 사회적인 힘을 늘려감에 따라 파생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인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申成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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