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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규제법 통과후 총판매 되레 증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해 11월 美國 의회가 총기규제에 관한 브래디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미국내 총기판매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나중에는 총을 아예 소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지금 당장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달 중순 댈라스에서 열린 총기전시회는 대성황을 보였으며 참석한 관계자들은 총기규제조치를 비웃는듯 상담에 열을 올렸다.
총기에 의한 범행이 증가함에 따라 총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지난 92년 로스엔젤레스 폭동사건등에서 보았듯이 경찰이 총기에 의한 범행으로부터 시민들의 재산과 안전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자위용 총기의 수요가 늘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콜트社 같은데서는 이를 판매전략에 교묘히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자위가 당신의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그것은 당신의의무이기도 하다』라는 광고문구는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봄 사냥붐이 일어나고 클레이 사격같은 스포츠가 유행한것도 총기판매량이 증가한 이유중 하나다.
미국의 총기산업은 매년 90억달러(약7조2천억원)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에도 불구하고 총기산업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앞으로 총기규제를 더 강화하기 위해 구입희망자에 대한 철저한 신원조사,사용자에 대한 숙련도 의무검사,일부 총기류에 대한 소지금지,현행 10%인 소비세의 3~4배 인상 등의 내용이추가될 것으로 보여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댈라스의 총기전시회에 1만7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나총기에 의한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흑인들은 수십명에불과했다.
총기제조업자들은『문제가 되는 것은 총이 아니라 범죄 그 자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총의 1%만이 범죄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범죄에 사용되는 것들을 규제하려면 컴퓨터.전화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음주운전에 사용되는 포드자동차는 왜 그냥 내버려 두느냐』는것이다. 값싸고 성능이 뛰어난 외제 총기류의 수입이 크게 늘고있는 것도 미국의 총기산업을 위축케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총기회사들은 80년대 중반 미군이 이탈리아제 반자동권총 베레타를 채택한 이래 밀려나기 시작했다.
미국회사들은 유럽회사들이 85년동안 기술개발에 몰두해온 반자동화기생산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역부족이었다.
80년대들어 마약갱들은 독일제 글록등 강력한 유럽제 9㎜권총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곧 이어 경찰에서도 이를 사용하게 됐다. 92년에는 외제 총기류 수입이 세배가량 늘어나 2백80만정이나 들어왔다.
독일.영국.브라질.터키는 물론 공산국가인 러시아.체코.헝가리등에서도 마구 수입되었다.
미국의 총기산업자들은 더 강력한 총기규제와 외국산 범람으로 지난해의 호황이 중단되지나 않을까 조바심이다.
〈韓敬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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