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시대>4.가정과 사회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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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0대 후반의 대기업체 부장 P씨는 최근 TV 1대를 또 구입했다.고교생인 아들과 대학생인 딸간의 채널권 싸움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TV 2대중 1대는 부부용,다른 1대는 아이들 몫이었는데 아들이 입시준비를 내세워 케이블TV 교육채널을 보겠다고 고집하면서 음악채널을 즐기던 딸과 티격태격이 잦아져 아예 TV를 1대더 들여놓은 것이다.」 내년 케이블TV 본격 방송 이후 달라질신풍속도의 하나다.케이블TV가 도입되는 내년부터는 TV로 볼 수 있는 방송수가 기존 4~5개 채널에서 20여개로 갑자기 늘어난다.이러한 양적 증가는 당연히 우리 삶의 곳곳에서 질적 변화를 동 반하게 될 것이다.
정보량의 확대와 정보의 대중화로 정보화 사회가 한걸음 더 진전될 것이다.우선 개인적 취향 문화가 확산.강화될 것이 뻔하다.케이블TV를 통해 다양하고도 특화된 프로를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되면서 가족이나 소속집단을 앞세우던 사고틀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주의적가치관으로의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따라서 부모세대들은 더 많은 마음고생을 하게 될 것같다.10~20대 자녀들은 부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뮤직비디오의 현란한영상과 거슬리는 비트에 빠져들 것이며 세대차는 더욱 벌어져 공동의 화제 영역은 갈수록 줄 것임에 틀림없다.케 이블TV의 출현은 당장 다른 매스미디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우선 비슷비슷한 기존 TV 채널에 싫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이 케이블TV로 채널을 돌릴 것이다.
2개의 영화채널은 비디오 업계에도 적잖은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습관적 비디오 시청층엔 TV만 켜면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채널은 축복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채널은 주민들에게 지역사정을 소상히 전하는 역할을 통해 지역사회를 묶어주어 지방자치의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미국등에서 인기있는 지방의회 중계 채널이 개설될 경우 「전자식 민주주의(electronic democra cy)」를 열 수도 있다.
부작용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케이블TV를 볼 수 없는 지역민또는 계층은 문화지체(culture lag)가 더욱 심해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이와 함께 자체제작이 여의치 않을경우 외국프로들이 범람할 것이기 때문에 문화종 속과 함께 문화적 혼란.정체성 상실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케이블TV 가입자가 급속히 늘어날 경우성립한다.가입자가 소수에 머물 경우 비용부담 때문에 질 높은 프로그램 공급이 어려워져 뉴미디어로서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郭漢周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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