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총체적 문화역량 확인-호암갤러리 고려불화전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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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高麗佛畵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대부분이 일본을 비롯한 국외에 보존되고 있었던 탓이다.
湖巖갤러리의 고려불화전은 고려불화만을 모은 것으로는 국내에서처음 열리는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단순히 高麗佛畵가 우수하다는 일반론을 넘어서,그러한 감동의 세계를 낳은 고려사회의 총체적 문화力量을 재삼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가 놀라는 고려불화의 우수성에 투영된 고려문화의 실체와 그것을 떠 받치는 핵심적 요소는 어떤 것일까.
먼저 기술이다.
고려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하는등 고도로 발달한 기술문명의 토대가 이미 이뤄져 있었다.고려불화에 나타난정밀한 표현기법은 이같은 기술발전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상상할수없는 부분이다.
또 고려후기사회에 확산되고 있던 禪淨융합사상도 고려불화를 태동케한 하나의 배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五敎兩宗의 폭넓은 세계관을 자유자재로 수용할수 있는 고려사회의 높은 정신문화가 고려불화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고려불화의 構圖法과 圖像들에 나타난 다양한 사상의 조화는 이를 구체적으로지적해주고 있다.
무한한 감각세계를 동경하고 추구한 화엄밀교의 확산도 고려불화에는 나타나 있다.고려인들의 철저한 긍정주의와 어우러진 화엄밀교의 정신은 고려불화에서 화려한 아름다움의 극치로 나타난다.화려한 채색으로 치장된 극락세계의 여러 장면들은 감 각세계를 눈앞의 현실로 그리고자한 고려인들의 현실주의.긍정주의가 일궈낸 뛰어난 상상력의 소산이다.
고려불화는 풍부한 경제력에 뒷받침되고 있다.그것은 특별제작된우수한 비단과 5백년,6백년이 지나도 영롱한 색채감을 잃지않는물감의 재질 등에서 확인된다.기술과 높은 정신성에 바탕을 둔 제작기법과 방식은 그를 뒷받침하는 여유있는 경 제력과 결합돼 고려불화의 품위를 한층 드높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고려불화는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전승된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오히려 고려사회가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던 문화역량의 총체적 표현임을알수 있다.
이는 고려불화를 감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옛그림,나아가우리 옛문화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
뿐만아니라 보편적 정신세계를 지켜보는데서 안정감과 함께 포근하게 감싸이는 숭배의 정을 느끼게 한다.
고려불화는 민족의 잠재능력이 총체적으로 발휘될 때야말로 우수한 문화,개성있는 문화가 탄생될 뿐아니라 경쟁력있는 보편적 문화를 낳을수 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알려주는 사례다.
개방화와 국제화의 물결속에서 문화적 대응책을 찾는데 고심하는요즈음 고려불화의 교훈을 새롭게 되새겨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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