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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제무역환경과 우리의대응-경쟁력높여 개방파고 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타결됨으로써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서비스.지적재산권등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국제무역의 틀이 새로 마련됐다.
UR의 타결은 앞으로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적자생존의 원칙이철저히 적용되는 無國境.무한경쟁의 시대를 불러오게 됐다.
외국에 비해 체질이 약한 농업.서비스분야는 시장개방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연합(EU).北美자유무역협정(NAFTA)등 배타적인 지역주의 확산을 차단하고 보호주의의 장벽을낮춰 국제교역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크다.
전세계의 시장이 우리에게 개방되는 만큼 전체적으로는 失보다 得이 클 것으로 보인다.특히 UR는 입에는 쓰지만 몸에 이로운약처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낙후된 분야의 경쟁력을끌어올리는 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간과하면 안되는 것은 UR로 인해 우리의 수출이 자연히 늘어나거나 우리 경제가 그냥 커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상품과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우리 경제가 국제화되지 못한다면 경쟁국들의 무차별적인 진출로 지금보다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국제화에 한 발 앞선 홍콩.싱가포르.臺灣등이 경제성장이나 국민소득에서 우리를 능가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와 칠레의 국가경쟁력이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새로운 세계교역질서아래에서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국제화를 당면과제로 실현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제경쟁력과 국제화는 우리 경제의 두 버팀목인 동시에 UR의과실을 누릴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틀은「高費用구조」로 바뀌었다.
경쟁력의 결정적인 요소인 임금.금리.땅값등 생산요소 비용이 한꺼번에 크게 올랐다.
또 기술개발도 부진했고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마저 소홀해 대외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
그 결과 수출부진과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처방보다「高費用구조」의 틀을 과감히 깨뜨려 경제의 체질을 보강해주는 개혁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작고 강력해져야 한다.「작은 정부」란 민간자율의폭이 가능한 한 확대되도록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창의와 효율을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또 일단 정책의 방향이 정해지면 정책집행의 일관성과 지속성을유지하는 강력한 정부가 돼야 한다.
기업들은 정부의 보호막이 사라지는데 대비해 스스로 경쟁력을 기르고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경영자는 글로벌경영.기술개발.생산성향상.품질고급화를 통해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슘페터적인「企業家정신」을 지녀야 한다.
또 기업마다 자기상표의 세계 일류상품을 1~2개씩 개발.육성하려는 노력과 의욕도 필요하다.
근로자들은 극한적인 노사대립과 갈등을 떨쳐버리고 근면한 근로정신을 되살려야 겠다.
노사관계는「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서로의 몫이 커지는「화합의게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의 삶과 행동양식도 국제화돼야 한다.
지금 일부 부유층에는 국제감각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과소비와 향락풍조가 퍼져있다.우리는 아직 내몫을 챙길만큼 풍족한「공동의 몫」도 확보하지 못한 처지다.
이때문에 근검절약을 체질화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의식의 선진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냉엄한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는 최대의 시련과 동시에 기회를 맞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의 마지막 관문일 것이다. 새로운 국제질서의 틀에 빨리 적응해 시련은 최소화하고 기회는 극대화하도록 온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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