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 굳히는 6대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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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일/부실막기 꼼꼼한 심사/제일 외환/국제·외환업무쪽 강화/상업/수신고 확대 “탱크전략”/조흥/소매금융으로 줄달음/신탁/신탁수익률서 단연 앞서
금리자유화가 진전되면서 6대 시중은행들이 저마다의 「주특기」를 한가지씩 굳혀가고 있다. 단기간에 눈에 확 뛸 정도로 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 은행의 영업전략이나 경영상의 잘잘못에 따라 서서히 자리를 잡은후 언제 그랬느냐는듯 은행의 새 이미지가 굳어져 가고 있다. 각 은행의 지난해 영업실적을 분석해보면 그같은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조흥은행은 소매금융,제일·외환은행은 국제금융 및 외환업무,서울신탁은행은 신탁,한일은행은 심사,상업은행은 수신 등으로 간판이미지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조흥은행은 발빠르게 소매금융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3년전부터 노력한 결과 개인고객의 예금과 대출이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지난해말 현재 은행계정의 가계성예금은 3조3천4백30억원으로 2위인 상업은행(2조7천9백35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과연 선두에 섰다. 이는 전체 은행계정 수신(7조9천48억원)의 42.3%나 되는 것이다.
또 가계대출도 1조6백6억원으로 다른 은행보다 월등히 많았다. 조흥은행이 소매금융에 치중한 것은 돈을 끌어들이는데 드는 비용이 싼데다 한번 들어온 돈은 비교적 오래 남아있어 자산운용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일은행은 「꼼꼼한 심사」가 장기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부실여신은 2천31억원으로 6대 시은 가운데 가장 적었고 총여신에서 부실이 차지하는 비중도 1.2%로 가장 낮았다. 그만큼 기업들에는 보수적으로 보이고 있지만 한일은행측은 이를 「내실경영」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국제금융업무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손대지 않던 석탄운반선·컨테이너선 등 특수선에 대한 국제선박금융을 시도하는가 하면 국제차관 도입계약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또 외국에서 학위를 따고 돌아온 지역전문가를 특채해 지역별 금융정보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이름에 걸맞게 외환업무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지난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5천8백86억달러(거래은행 양쪽 실적을 모두 포함한 수치) 가운데 13.4%인 7백87억달러를 거래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또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엔,달러와 마르크 등을 서로 사고파는 거래실적도 66억달러에 달해 다른 시은들을 훨씬 앞서가고 있다. 서울신탁은행은 신탁수익률면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금전신탁의 평균수익률은 연 14.6%로 6대 시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또 노후생활연금신탁(연 15.58%)과 적립신탁(연 13.5%)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고금리로 끌어들이는 돈이 과연 은행의 수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부실여신에 짓눌려 있는 상업은행은 「수신탱크주의」로 밀어붙이고 있다. 경영이 악화됐는데도 시은 가운데 수신고 1위를 여간해선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15조5백57억원의 예금을 받아 92년의 1위에서 3위로 밀려났지만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요구불예금을 뺀 가용자금면에서는 여전히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예금을 많이 끌어들인다고 해서 경영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예금이 적었더라면 경영상태는 더욱 나빠졌을 것이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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