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동방신기 ‘일본 아이돌’ 넘어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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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아이돌 그룹의 대표주자인 동방신기. 올 2월 일본에 건너간 그들을 그리워하는 팬이 많다. 그들은 요즘 일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얼마 전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12번째 싱글앨범 ‘서머 드림’이 오리콘 주간차트 2위를 기록했다. 주간차트 2위에 오른 건 11번째 앨범에 이어 두 번째. 5월 부도칸 공연에선 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일본 진출 2년 만의 결실이다.

 멤버들의 일본어도 꽤 늘었다. 통역 없이 기자회견을 하고, 토크 프로에서도 무리 없이 수다를 떤다. 기본기가 잘 갖춰진 그들이지만, 일본의 대형 음반·기획사 에이벡스의 마케팅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것. 에이벡스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보아를 아시아 스타로 키워내기도 했다. 동방신기는 보아와 비슷한 성공가도에 들어선 셈이다.

 동방신기의 활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도쿄의 시부야다. 시부야는 패션과 유행의 거리다. 시부야 한복판의 건물에 동방신기 멤버 다섯 명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싱글앨범의 광고판이다. 아무리 광고지만 아무나 그곳에 얼굴을 내걸 수는 없을 터다.

 동방신기의 성과는 보아의 그것과 의미가 다르다. 보아 같은 여성 아이돌 가수 시장은 많은 기획사가 각축전을 벌인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회도 열려 있다. 하지만 동방신기가 뛰어든 일본의 남성 아이돌 시장은 절대강자가 존재한다. 자니스라는 기획사다. 스마프·킨키키즈·캇툰 등을 거느리며 남성 아이돌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자니스의 파워는 막강하다. 최근 동방신기의 오리콘 주간차트 1위 등극을 저지한 그룹 헤이세이 세븐도 자니스 소속이다.

 일본 음반 관계자는 “자니스가 한국에서 온 동방신기를 지켜만 봐 왔다. 하지만 그들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방신기의 일본 정복기는 지금부터라는 얘기다. 사석에서 가수 이승철은 이렇게 말했었다. “동방신기만큼은 내가 인정해”라고. 그런 그들이 앞으로 기댈 데는 실력밖에 없을 것이다. 앨범 한 장 팔 때마다 팬들에게 한 번씩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식의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다(이런 방식은 자니스도 하고 있다).

 동방신기의 대형 사진 위에는 삼성의 광고판이 있다. 동방신기와 삼성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삼성이 소니를 제치고 세계적 기업이 됐듯 동방신기도 자니스를 넘어 진정한 ‘동방(아시아)의 별’로 등극했으면…. 비록 국내에서 자주 못 보더라도 묵묵히 응원을 해주는 게 진정한 팬덤일 것 같다. ‘한국에서 반년, 일본에서 반년’ 같은 ‘셔틀버스’ 활동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는 전쟁에 동방신기는 뛰어들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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