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대책과 세금 더 거두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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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루과이라운드(UR)로 피해를 보는 농촌을 돕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차츰 실감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돕느냐 하는 것과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각론단계에 들어가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와대내에 농수산수석비서관을 두는 등 농촌대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농촌대책만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틀안에서 다른 경제정책과의 조화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농산물시장의 개방에 대비해 농촌과 농민을 이제까지 보다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재원을 어디서 염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1조5천억원씩 총 15조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원래 계획으로 농업구조 조정을 위해 93년부터 98년까지 42조원을 쓰게 돼 있었다. 정부는 추가소요재원 15조원을 농촌발전세를 신설하여 거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현재 연간 거두는 세금이 약 50조원가량 되므로 약 3%를 더 거둬야 한다.
말로는 모두들 어려운 농민을 위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세금을 더 내라 하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금을 올리면 물건값에 전가하여 물가가 오른다. 따라서 조세저항을 줄이면서,또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농촌발전세를 거둬야 하는데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농촌대책을 오래 미룰 수도 없다.
정부는 금년 하반기부터 농촌발전세를 거둘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옛날 방위세를 본떠 제세금에 부가하여 거두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한다. 심지어 봉급자 소득세 등에 더 얹는 것까지 검토되고 있다. 가뜩이나 무거운 소득세에 다시 농촌세를 더 얹으면 불평불만이 만만찮을 것이다. 또 부가세·주세 등 간접세에 대한 부가는 결국 가격전가로 나타날 것이다.
가장 명분에 맞는 수입품 등에 대한 부가는 새로운 수입장벽이 되어 국제적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농촌발전세를 거두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좋은데 쓰여도 세금을 더 거두면 반드시 마찰과 저항이 생김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농촌발전세를 안 거둘 수도 없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위해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해야 한다. 우선 돈쓸데를 잘 정해야 한다. 제도변환기엔 엉뚱한데 엉뚱한 이익이 가기 쉽기 때문이다. 돈쓸데를 최소화한 다음 기존예산에서 돌려쓸 것이 없는지 찾아야 한다. 율곡사업에서 보듯 우리 예산중엔 낭비요소가 아직 많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새 세금으로 거두되 그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돈쓰기는 쉬워도 거두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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