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프리카 종단여행 나선 여류사진작가 이해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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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역사와 문명이 단절된 현장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열대우림.
흑인.사하라로 상징되는 대륙이 성큼 다가오는 것같군요.원주민에깊숙이 파고들어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겠어요.생생하고 기억될만한피사체를 담겠습니다.』 6일 아침 홍콩을 거쳐 아랍에미리트로 날아가 아프리카종단 기행을 시작하는 여류 사진작가 李海仙씨(42). 경남남해출신으로 미혼인 그녀는 92년4월 바탕골예술극장에서 「낯선 시간들」이란 테마로 개인전도 열고 월간잡지 『사진』등에 자주 등장하는 중견작가.오는 23일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위해 카이로~룩소르~나이로비~킬리만자로~짐바브 웨~빅토리아폭포~잠베지江~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코스로 낯선 대륙을종단한다.
『바다를 보며 자란만큼 늘 이국정취를 그려왔어요.소설가가 되려고 부산에서 국문학과에 진학했죠.현실과 괴리가 많은 것같아 2학년때 그만 뒀어요.79년 상경하면서 불교역사에 심취했고 역사기행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83년 대학에 다니는 조카들의소개로 중앙대 안성캠퍼스앞에 정착,분위기있는 카페「동인」을 경영한다는 그녀는 대학종강과 함께 늘 카페의 문을 닫고 여행에 나선다고 했다.
정녕 하고 싶은 작품생활 때문이라는 것.
『초창기엔 백제.신라.가야문화유적지를 찾아 주로 폐사지를 중심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90년부터는 해외유적지로도 발길을 돌렸죠.그리스작가 카잔차케스의 소설 「조르바」에 나오는 크레타섬이 특히 인상적이더군요.』 90년엔 유럽배낭여행을,91년엔 인도.네팔지역,92년엔 그리스.터키지역,지난해엔 남미 아마존과안데스지역을 탐사했다는 그녀는 때론 무섭고 때론 낭만적이던 기억들이 생생하다고 했다.
키가 1m75㎝나 되고 수수한 외모(?)때문에 『아마 결혼을포기해야할 것같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생에 대한 애착이 가정생활보다는 여행과 작품생활에서 샘솟는 것같다고 했다.
『아프리카는 원시적인 매력외에도 극한 상황속에서 살아온 인류의 슬기와 지혜가 살아숨쉬는듯 합니다.이집트의 룩소르.카르나크신전,케냐의 사파리,빅토리아폭포와 잠베지江,원주민 마사이족,南阿共과 희망봉이 관심거리입니다.』 귀국후 올여름과 겨울에 실크로드와 중남미 마야문명지 탐사도 나설 예정이라는 그녀는 그동안소중하게 간직했던 사진들을 모아 사진기행집을 꾸미는 것이 새해소망이라 했다.
〈裵有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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