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의 나토 가입-서방.러시아 신경전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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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음주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중.동유럽의 舊바르샤바조약기구 동맹국들의 나토가입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간의 신경전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특히 舊蘇聯에서 파생된 공화국중 처음으로 리투아니아가 4일 나토 가입을 정식으로 신청함에 따라 이 문제는 국제적 현안으로부상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와 관련,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5일 나토의 중.동유럽확대에 대해 다시 한번 강도높게 경고했다.그러나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나토의 점진적인 對 중.동유럽 확대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혀 옐친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섰다.이에 앞서 레흐 바웬사 폴란드대통령은 4일 워싱턴 포스트紙와의 회견에서『이번 나토정상회담에서 폴란드등의 나토가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이는중대한 비극이 될것』이라며 나토가입 허용을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러시아 보수파들의 쿠데타 이후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러시아 군부가 실세로 재등장하고 옐친도 권력기반을 더욱 다지는등 러시아가「과거지향적」안정을 회복함에 따라 바르샤바조약기구 붕괴이후 안보상의 공백상태를 맞고있는 중유럽 국가들은 나토가입을 더욱 서두르게 됐다.즉 獨逸과 러시아두 강대국 사이의 지정학적 위치가 바로 고난의 역사 그 자체였던 이들에는 이제 세계 유일.최강의 군사동맹체인 나토의 안보우산이 절실해진 것이다.
특히 지난번 러시아 의회선거에서 극우 민족주의자인 블라디미르지리노프스키의 급부상으로 더욱 초조해진 이들은 나토가입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탈냉전 시대에 걸맞은 기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나토는 그간 긍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특히 나토의 최전선국독일은 이미 독일 경제권에 편입된 이들이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지정학적으로 나토의 중심국이 되는 것은 물론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어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이에 반대하고 나오자나토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이들의 나토가입에 신중히 대처하자는 쪽은 미국.英國등 이른바 해양계다.이들은 나토의 동유럽 확대가 러시아를 자극,모처럼 맞이한 東西화해 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독일영향력의 중.동유럽 확대를 꺼리는 측면도 강하다.
이러한 배경아래 지난해 12월 나토국방장관회담에서는 미국의 제안에 따라 이른바「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라는 절충안이 채택됐지만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유보에 불과해 곧 열릴 나토정상회담 방향이 주목된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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