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처우개선/벽에 부닥친 「봉급추가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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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 총리 “공약” 첫시험대에/물가·임금인상 파급 불보듯/재원 모자라 묘수찾기 고심
이회창 국무총리는 취임후 텔레비전 신년대담·신년기자간담회·간부회의 등에서 4∼5차례 『공무원의 처우개선 강구』를 역설했다.
특히 지난해 12월31일 KBS 대담에서는 『올 보수인상률 6.2%는 불충분하고 다른 처우개선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으며 3일 출입기자단을 만났을 때 『사기진작책은 마련됐고 처우개선책은 검토중인데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복안 아직 안밝혀
이 총리는 감사원장 시절부터 공무원이 부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소신껏 일하기 위해서는 생활급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피력하곤 했다.
이 총리의 이러한 강력한 의지에 따라 총무처는 개선방안 작업에 착수했다. 「처우개선」이란 구호만 있고 이에 뒤따르는 실천이 없다면 이 총리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총무처는 이 총리의 의지를 1차적으로 「봉급추가인상」으로 해석하고 인상폭·재원조달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국영기업체 보수와 공무원 봉급을 직급별로 비교 분석했다.
공무원 봉급은 국영기업체에 비해 90% 수준이고 민간기업과는 훨씬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재원마련과 파급영향이었다.
재원마련의 경우 추경예산 등으로 처리한다 치더라도 추가인상이 미칠 경제적·사회적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공무원의 봉급인상률은 일반기업 봉급인상의 선도지표적 역할을 해왔다.
일반기업체에서는 그해 공무원의 봉급이 얼마나 올랐나를 기준으로 하여 새봄에 봉급인상률을 확정했다.
정부도 『공무원 봉급인상률을 한자리수로 했으니 일반기업도 이를 따르라』고 직·간접적으로 임금기준을 제시해왔다.
이는 임금인상이 물가앙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결분 반영” 반론
특히 새해들어 공공요금이 일제히 인상됨으로써 물가구조가 불안한 마당에 공무원 봉급이 추가로 인상된다면 정부가 물가인상을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김영삼대통령이 금년도 국정목표를 국가경쟁력 제고라고 정해놓았는데 막상 국제경쟁력을 가장 훼손할 수 있는 고임금구조를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총무처는 이같은 예상되는 비판여론에 대한 반론도 준비했다. 지난해 공무원 봉급은 동결됐으나 일반 근로자들은 평균 12.3%의 임금인상을 누렸기 때문에 근로자계층이 공무원의 추가봉급 인상을 이해할 것이란 논리였다.
그러나 봉급추가 인상안은 예상대로 돈주머니를 쥐고 있는 경제기획원의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객관적인 여건이 이렇게 여의치 않자 총리실에서도 『이 총리의 뜻은 봉급 추가인상보다는 여비·숙식비·급식비 인상,학비·주택자금 지원확대,승급기회 확대,복지시설 증대 등에 있는 것』이라고 주춤하고 있다.
이 총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처우개선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총리는 물가·노사분규 자극과 재원부족이라는 현실속에서 공직자 처우개선이란 오랜 숙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처우개선은 그의 첫번째 공약인 만큼 그의 실천력이 시험받는 첫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청와대와도 교감
이런 가운데 처우개선에 관해 청와대와 총리실이 뭔가 교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소식통은 6일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귀띔했다. 김영삼대통령도 이 총리에 못지않게 공직자 처우개선에 관심이 많이 때문이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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