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광장>새해소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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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새해에 자신의 분야에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누구나마찬가지겠지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아마도 의료계가 지난해 유난히많은 진통을 겪었던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약분쟁이나 사정바람등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의료계의 현안이 어느해보다 많았었고,그때마다 주위로부터 질책의 눈길을 느꼈던 필자를 비롯한 의료계 인사들은 새해를 맞아 남다른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해에는 의료계가 별다른 일없이 조용히 지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역설적인 것 같지만 오히려 의료계의 문제들이좀더 드러나고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심정이다. 돌이켜 보면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의료계의 문제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한약조제권.직업병.응급의료등에서 보듯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잠재되어 있다 어떤 순간에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것들이 대부분이다.물론 과거부터 일각에서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다 어떤 순간을 계기로 문제가 표면화되고 나서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겪어오곤 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의료분야에는 중요성이나 심각성에 있어지금까지 드러난 것 못지않은 과제들이 많이 잠재해 있다는 사실이다.의료수가의 구조,의료기관의 기능 분담,의료서비스의 질적 문제등이 그 예다.또 과거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 던 것들도 일반인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뿐 근본문제는 잠재되어 있는 것들도 적지 않게 남겨져 있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해 드러내놓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혹시 올해는 운이 좋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도 나중에 더 큰 홍역으로 나타날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새해에는 의료계의 문제에 대해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논의가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연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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