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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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탈출(12) 주걱턱에 긴 얼굴를 들이밀며양서방이 손을 내저었다.
『아,그러지들 말고 내 말이나 마저 들어.그래설라무네 내가 튀전판에서 나와 오줌을 싸다가 생각하니까,뭔가 일이 안 될 땐돼지 꼬랑지를 만지면 뒷심이 붙는다는 소리는 들었겠다.그래서 두리번거리면서 돼지우리를 기웃거리는데 말이다.그 돼지우리가 마침 그집 방앗간 옆이었다 그말이여.』 『들으나 마나.오뉴월 쇠불알 늘어지듯 늘어지는 소리.내 양서방 말이라면 이제… 저 턱만 봐도 배가 고파.』 『배가 고파? 왜?』 『안 그래? 얼굴이 그렇게 긴데 이마에서 목젖까지 다 보자면 한나절이여 한나절.』 『에끼 이 사람.그런데 말이여,여기서부터가 얘기는 시작인데… 방앗간 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거여.아퍼 아퍼 하면서.
이게 여자 소리여.그런데 그 말에 장단을 맞춰서 남자 소리가 나는데,그렇게 아퍼? 하는 게 아니겠어.』 덩치 큰 장가는 이야기가 또 그 동네로 가는가 싶어서 몸을 돌려 앉고,김가는 무릎을 당기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래서?』 『여자가 허는 소리,아니 아프면서도 좋아,이러더라 그말이여.그러다가 또 헌다는 소리가,임자 거 너무 길구 너무 커,이러더라 그말이여.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오던 오줌발이그냥 딱 멈추는 거여.』 말은 자기가 해 좋고 양서방은 스스로대굴대굴 구르며 웃는다.옆에서 장가가 뿌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뭐 일은 다 된 거네,뭐.』 『다 되긴 이제부터 시작이지.옳다꾸나,투전판에선 돼지꼬리 만지는 게 효험이 있어도 아주 대단히 있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로구나.그래 가지고는 일이시작됐다 이거다.』 『무슨 일?』 『아 철 지나서 봄 오고,때는 바야흐로 깻모를 내는 춘사월이 됐는데,내 그 예펜네한테 넌지시 물었지.요즈음은 좀 덜 아푸신가유? 방앗간에 가면 요즘도많이 아프시지유? 거참 볼만하데.이 예펜네가 얼굴이 벌개져서 하는 말이,저 주둥 이를 그냥 꿰매놓을까부다,하는 거여.그래서내가 그랬지.그거야 얼마든지 좋소만… 기왕에 꿰매려면 고 아야아야하는 살바늘이 좋겠구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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