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PLO 자치협상,꺼지지않는 국경통제권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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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사이에 체결된 평화협정을구체화하는 자치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이 끝내 타결이 안된채 해를 넘기고말았다.
지난해 9월13일 워싱턴에서 체결된 원칙선언에 따라 이스라엘은 당초 지난해 12월13일부터 가자및 예리코로부터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는 협정을 맺을 계획이었으나 양측이▲국경검문소 통제권▲예리코지역의 경계▲유대인 정착민의 안전문제등에 대해 현격한이견을 보여 철군 시한을 넘기고말았다.이집트 휴양도시 타바와 카이로를 오가며 가진 일곱차례 협상 끝에 철군시한을 넘긴 이스라엘과 PLO 양측은 지난해 12월19,21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와 프랑스 파리에서 이견 절충 을 위한 비밀협상을 시도했다. 어 27일부터 29일까지 이집트의 중재로 카이로에서 개최된 협상은 평화협정 이행을 위한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막바지 총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국경통제권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좁히지 못해 일단 실패로 끝났다.카이로 회담에서 최 종 합의를가로막은 최대 쟁점은 가자지구.예리코市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했을때 가자지구-이집트,예리코-요르단 국경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라는 국경통제권 문제다.
카이로 회담에서 양측은 국경선에 각각 경찰초소를 두고 국경을공동관리한다는데 합의,이전의 어느 회담보다 국경통제권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 합의가 자치지역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이스 라엘측에 부여하고 있어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의 승인을 받지못한 것으로알려졌다.
이밖에 이스라엘은 국경선을 따라 이스라엘군을 배치하려는 데 비해 아라파트는 예리코市의 자치영역이 요르단 국경과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즉 PLO의 통제권에 들어오는 예리코 자치지역의 넓이가 적어도「세자리 숫자」인 1 백평방㎞는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이스라엘측은 파리회담때 제시한 90평방㎞에 훨씬 못미치는 60평방㎞만을 제시하고 있어 PLO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결국 이번 카이로 회담에서 제시된 협상안에 대해 아라파트는 『굴욕적인 내용』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자치협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측이 자치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기 전에 이스라엘의안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국경통제권 문제에 PLO측과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안보장치 마련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라파트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내 극렬세력,특히 이스라엘-PLO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인 21명을 살해한 회교원리주의 조직 하마스를 통제할 능력이 없는 것으 로 판단하고있기 때문이다.
시 말해 팔레스타인측이 국경검문소를 통제하게 될 경우 PLO로서는 주권의 상징도 되고 팔레스타인 여행자들에 대한 몸수색도필요없게 되겠지만 이스라엘측으로선 무기 반입과 테러리스트들의 잠입통로가 될것을 우려하고 있다.카이로 회담에서 협상대표들이 합의한 협상안이 뒤집어지면서 자치이행 협상이 해를 넘기게 되자팔레스타인 자치에 대한 비관론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진영에서 다시 대두되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지난해 9월13일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점령지에서 사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인은 모두 60명을 넘어설만큼 양측간 대립은 쉽사리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새해 벽두부터 가자시내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군 초소를 향해 돌을 던지며 폭력시위를 벌이다 이스라엘병사들의 발포로 다시 유혈사태가 재개되었으며 예리코 지역에서도이스라엘측의 협상안에 항의하는 유대인 정착민들 의 시위가 있었다. 그동안 평화협정을 결사반대,점령지내에서 유대인판 인디파타(봉기)를 도모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내 12만5천명의 유대인 정착민과 이슬람 저항단체 하마스를 비롯,이스라엘에 대한무력투쟁을 고집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단체들은 팔레스 타인 자치실시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 이스라엘과 PLO 양 진영 정권내부의 역학관계 변화도 팔레스타인 자치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평 화협정 직후 6석의 유대교 정당 샤스당의 연립정권 이탈은 이츠하크 라빈 정권을 1백20석 의석중 61석을 차지한허약한 정권으로 전락시켜 이스라엘의 협상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아라파트도 최근 PLO내 개혁주의자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데다 최근 PLO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가 아라파트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회담 진행을 감독할 위원회 결성에 합의해 협상 타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아라파트가 최근 카이로 회담 합의안을 거부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PLO내부의 움직임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되고 있다.지난해말 카이로 회담에서 합의한 협상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2일 PLO가 카이로 협 상 합의안을수락할 경우에만 자치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더 이상의 양보안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이스라엘측의 제안에 대해 PLO측은 카이로 접촉에서 어떠한 합의도 없었으며 이스라엘이 합의안이라고 밝힌 내용은 이스라엘만의 일방적인 제안이라고 일축,후속 협상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난항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협상이 새해 벽두부터 벼랑 끝으로 몰린 가운데 이스라엘과 PLO 양측이 꺼져가는 평화의 불씨를 어떤 협상력을 발휘해 다시 지펴 나갈지 초미의 관심사로떠오르고 있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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