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SKC.연세대등 삭발농구 붐-험악한 승부욕 인상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농구코트에 때아닌 삭발.단발 신드롬이 거세게 일고있다.
대통령배 93농구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선 요즘 긴머리 소녀(?)들을 볼 수가 없다.
태평양 선수들이 초반 3연패를 당한후 전원 머리를 짧게 자른것을 시작으로 SKC.상업은행.서울신탁은행 선수들도 성적이 부진하자 너도나도 머리를 잘랐으며 연세대는 한술 더떠 감독이하 전선수들이 아예 삭발을 하고 나섰다.
태평양은 지난 17일 대웅제약에 패하며 3연패의 수렁으로 빠져들자 심기일전의 의미로 긴머리를 날리며 코트를 휘젓던 高明花.朴素瑩이 숏커트를 해버렸다.
이같은 정신력강화가 주효했는지 이후 태평양은 상업은행을 대파하는등 3승1패의 성적을 거뒀다.
그런가하면 지난 시즌 2위로 초호화멤버를 보유했으면서도 초반국민은행과 현대산업개발에 패해 2승2패의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SKC도 단발을 단행,긴머리를 찰랑거리며 호쾌한 3점슛을 쏴대던 李有鎭이 숏커트머리로 변했으며 원래 머리가 짧았던 鄭先珉.
劉永珠.金志胤등은 더 짧게 잘라버렸다.
SKC 역시 단발후 3연승을 기록했다.
또 금융 1차리그에서 5전승을 기록,파란을 일으켰던 상업은행도 정작 풀리그에 들어와서는 1승3패로 부진하자 단신가드인 玉鎭京이 마치 남자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단발의 효과가 나타나자 3승3패의 성적이 못마땅했던 서울신탁은행도 29일 대웅제약전에 앞서 주장인 노장 姜仙求가 숏커트를했고 가드 梁政玉은 짧게 자르다 못해 귀여운 사내아이(?)가 돼버렸다.
삭발의 백미는 연세대.
지난 18일 고려대에 80-76으로 패한데다 중앙대에마저 지자 崔熙岩감독이 자성의 의미로 스포츠형으로 깎아버렸고 선수들이이에 동조,전원 삭발에 나섰다.
李相敏의 경우 아예 60~70년대 중학생 빡빡머리를 하고나와체육관을 찾은 팬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연세대는 삭발의 효과를 봤는지 28일 고려대에 통쾌한 설욕을했다. 그러나 농구선수들의 삭발.단발에 대해 주위에서는 그리 좋게 보는 시각이 아니다.
물론 정신력을 새로 다진다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자발적이기 보다는 다분히 강제적인 요소가 많고 기술에 의한 페어플레이보다소위 깡(?)으로 승리를 쟁취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빡빡 깎은 머리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보는 것같고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孫長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