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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경>14.양산되는 엉터리 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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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겉으로도 속으로도 사람이 아니다』(裏外不是人).중국에서 변호사를 가리키는 말이다.오죽하면 죄인을 변호하느냐는 것이다.中國처럼 변호사가 천대받아온 사회도 드물 것이다.反右派운동과 문화대혁명기인 58년부터 79년까지 변호사제는 폐지 되기도 했었다.그 이유는 변호사가『범인의 입장을 지지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변호사직이 시장경제가 활발해짐에 따라 젊은층의 인기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지난 10월 실시된 전국변호사자격 시험에서 北京에서만 4천7백여명이 응시했다.지난해 2천7백명에 비해 거의 2배가 늘어난 수치다.최근들어 대학생들 에게 개인사업.외국기업체 다음가는 인기직종이다.경제발전의 가속화와 함께 변호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北京市는 올해 응시자의 30%선인 1천4백여명을 합격시킬 방침이다.그러니 변호사로서의 전문적 지식수준은 낮을 수 밖에 없다.변호 사의 인구당 수는 전국적으로 10만명당 3명,北京에서는 1만명당 2명꼴이다.아직도 턱없이 모자라 전문지식 부족이니,마구잡이식 변호사양산이니 할 수도 없다.
北京에서는 96개 변호사사무실이 개업해 2천2백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전국적으론 11월 현재 4천2백여개 변호사사무실에 5만여명이활동하고 있다.이 가운데 박사나 대학원 졸업은 0.8%,정규대학 출신을 합쳐 20%에 지나 지 않는다.나머지는 사회나 군대에서 우연한 기회에 법무관계와 인연을 맺은 것을 기화로 손쉽게변호사로 변신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자질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변호사 자격을 갖고도아예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양심파(?)도 있다.공안기관.검찰.사법기관 출신들이 절대다수인 이들「전문지식 없는」 변호사들은 그들 나름대로「인간관계」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法 理에 따라 활동하기보다 변호사와 법관의 끈적끈적한 인간관계로 해결을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인간관계」가 없는 변호사는 법관에게 당하기도 한다.지난 4월 河北省 秦皇島에서 한 변호사가 변론중에 재판장의 심기를 건드려 법정에서 기절하도록 몰매를 맞고 10일간 구류에 처해졌다.이 사건은 변호사의 지위가 어느 정도 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소송에 이기려고 한다면 어떤 방법이 좋은지를 시사해준다.
한 소녀를 강간한 범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친구 사이인 재판장에게 사석에서 사형판결을 내리도록 강권한 일도 있다.피해자와 비슷한 나이의 딸을 가진 이 변호사는 변호사 이전에 아버지로서의 분노를 앞세워 결국 자신의 고객을 황천길 로 보냈다.
중국변호사들의 최고 관심은 인권도,법치사회도 아니다.외국기업체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가장 큰 일이다.수임료가 소송액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5%다.한건만 잡아도 횡재를 하게 된다.北京에 나온 韓國의 한 상사 대표는 고문변호사역에 연간 2만달러,몇 항목의 질문에 1천5백달러를 요구하는 중국변호사에 질린 표정이었다.
중국의 변호사는 중국 내부의 법제나 법관념의 발전과는 상관없이 아직 경제적 변화에 따라 외국회사의 법적 문제를 대행해주는제한적 기능인역할 밖에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北京=全擇元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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