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시>임영조 겨울산행/김종철 요나의물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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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에 있어서 사회주의적인 연민이나 동정은 가장 매력적인 도피처이긴 하지만 그것은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값싼 연민이나 동정은 그 주체자의 의지박약함을 은폐하고,그 대상들마저도 기만한다.고통의 호소도 마찬가지고 안분자 족하는 삶의환희도 마찬가지다.시는 정서적 체험과 그 정서적 체험의 육화이지만 무조건적인 정서의 방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임영조시인의「겨울 山行」(『현대문학』12월호)은 무엇보다 시적 운치와 기품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시라고 생각된다.『눈 오다 그친 일요일/흰 방석 깔고 좌선하는 山/아무리 불러도 내려오지 않으니/몸소 찾아갈 수밖에 딴 道理 없다』 라는 시구가그렇고,『뽀드득/뽀드득 잔설을 밟고/숨가쁘게 비탈길을 오르면/귀가 맑게 트이는 法悅이여』라는 시구가 그렇다.시적 운치와 기품은 힘에의 의지의 결과이지 의지박약함에 대한 호소의 결과가 아니다.숨가쁘게 비탈길을 오르지 않으 면 귀 맑게 트이는 법열도 느낄 수 없는 것이며,몸소 산을 찾아나서지 않으면 모든 것을 그 품안에 다 받아들이는 대자연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없는 것이다.김수영 시인이 역설한 바 있듯이,시는 온몸으로 온몸으로 쓰는 것이다.시는 그 온몸의 이행 속에서 꽃 피어나지 두뇌 속의 가짜 기교에 의해 꽃 피어나지 않는다.김종철시인의「요나의 물고기」(『월간중앙』12월호)라는 시 역시 그러한 무기교의 기교(혹은 온몸의 이행)속에 아름답게 꽃 피어난 시라고 할수 있다.우 선 김종철시인은 舊約성서시대의 예언자인 요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노래해놓고 있다.『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을 갇혀 살았습니다/…/요나는 젖은 옷과 어둠까지 불평을 해댔습니다/요나를 삼킨 큰 물고기인들 어찌 뱃속이 편했겠습니까?/불평뿐인 요나의 투정처럼/큰 물고기는 사흘 후에 요나를 뱉어내니/요나는 육지에 닿았고,이야기는 계속 요나만 쫓아갔습니다.
』하지만 요나는 회개하고「요나서」의 저자가 되었지만,큰 물고기는 그렇게 하지못했던 것이다.김종철시인은 요나의 이야 기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참다운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시적 운치와 기품(언어의 절제와 감정의 절제)은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려는 힘에의 의지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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