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입무엇이문제인가>6끝.3군통합 물자사령부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많은 장관들이 개혁의「당위성」을 강조했지만 군은 조금도 개선되지 못했다.「방법론」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었다.73년도국방비 규모는 4억6천만달러에 불과했으나 94년도 국방비는 1백30억달러다.지난 22년간 국방비규모는 무려 30배나 증가했다.그러나 국방관리 시스팀은 극히 원시적인「군원배급제」에서 한발도 발전하지 못했다.군의 자원관리 기능은 사회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방대하지만 여기에 시스팀 지식과 창의력이 동원된 적은 없다.
정부의 모든 분야가 시스팀 황무지다.시스팀 전문가에 의해 시스팀이 개발돼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전문성이 결여된데다 자기가운용할 제도를 자기가 만들기 때문에 제도는 언제나 아전인수격이었다.군수와 율곡사업 시스팀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너무 복잡해문제가 터져도 정책결정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달려들어 따지자니 가닥이 안잡히고 그냥 방치할 수도 없었다.따라서 제도개선 임무는 많이 부여했지만 이는 늘 실무자들에게 위임돼왔다.『자기 몸을 자기더러 수술하라』는 명령이었다 .
군내부 연구소에 연구를 맡겨도 이들 역시 독창적인 개념을 갖고 있지 못해 이사람 저사람의 아이디어와 요구를 수용해야 했다.평균 2~3년에 한번씩은 개혁과제를 연구했지만 설득력을 가질리 없었다.지난 1년간 군이 개혁됐다고 말하는 사 람들이 있다.그러나 바뀐 것이 있다면 군이 더이상 성역이 아니라는 사실과출세자리에 앉아있던 몇몇 정치장교들이 숙정됐다는 사실 뿐이다.
군은 지금부터 개혁돼야 한다.자원관리 시스팀부터 개혁돼야 한다.성공의 핵은「당위론」이 아니라「방법 론」이다.여러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수렴만 해서는 개혁의 방법론을 찾아낼수 없다.개혁의방법론은 여론을 수렴해서가 아니라 시스팀 과학과 창의력에 의해창조되는 것이다.
가장 쉽고 급한 일이 하나 있다.선진국처럼 모든 무기와 물자를 단일 사령부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일이다.이는 육해공군 군수사령부.군수본부.국방과학연구소.국방품질검사소.획득개발국및 군수국의 일부.국방부및 각군본부의 사업단들을 합쳐 하 나의 「물자사령부」로 통합하는 일이다.이는 업무의 사각지대와 부서 이기주의를 제거하고 순발력.전문성, 그리고 효율성을 갖기 위한 거의유일한 방안이다.초기 리더십만 훌륭하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어떤 이들은 지금처럼 수많은 기구로 분리돼 있어야 상호견제가이뤄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어설픈 생각이다.견제기능은 그렇게 해서 마련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기구통합이 시도된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때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해공군의 로비에 의해 실패했다.집단이기주의 때문이었다.기구통합은 추진력만 확실하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추진력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조직과 부 서의 업무를 설계하는 일이다.군은 이러한 창설임무를 수없이 해왔다.
그래서 그들은 이것을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전문가의 영역을 군이 직관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에 군의 조직과 업무체계는두서가 없다.있어야 할 조직은 없고 군살만 많이 붙어있다.
국방 자원관리의 개혁은 국방부만의 노력으로는 안된다.경제기획원.재무부, 그리고 감사원이 개혁돼야 한다.원시적이기로는 이들도 군과 다를 바 없다.군수본부에서 너무 많이 사들인 물자가 있다.그것을 지역 군수창고에 보관하고 소비부대가 선택해 쓰도록한다면 쓰다남은 물자는 창고에 고스란히 남게될 것이다.따라서 그 다음해에는 그만큼 적게 구매해도 된다.그러나 그렇게 하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는다.왜 많이 구매해 예산을 낭비했느냐는것이다.따라서 군수부대는 그들의 창고를 비우기 위해 남은 것을전부 사용부대로 배분한다.창고에 물건이 없으니 그다음 해에도 같은 양을 다시 구매하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은 예산에다 색깔을 칠해준다.「항목」과「세부사업」이라는 수천가지의 색깔을 가지고 예산을 통제한다.빨간돈이 남고 파란돈이 모자라면 서로 바꿔쓸 수 없다.월급에다 몇가지 색을 칠해주면서 빨간색으로는 식료품만 사고 노란돈은 문 화비에만 사용토록 한다면 가정단위에서도 불편과 낭비가 엄청날 것이다.경제기획원은 아무리 엉터리 사업이라도 기존사업이면 허가하고 새로운사업이면 무조건 제한해왔다.이로 인해 군에는「가라정리」가 만연해왔다. 재무부도 예산낭비를 강요해왔다.매년 조금씩 사야하는 장비는 그때그때 따로 계약하는 것보다 한번에 일괄계약하는 것이이익이다.이를 위해 선진국은 계약연도와 지출연도를 분리시켜주고있다.그러나 한국 재무부는 매년 따로따로 계약토록 강 요한다.
매년 엄청난 국방비가 미처 집행되지 못해 이월된다.재무부와 감사원은 이를 죄악시한다.따라서 군은 이월을 방지하기위해 값을 악착같이 깎기는 커녕 무리한 집행마저 서슴지 않았다.이월방지에쫓기다보니 협상에서 늘 손해를 보았다.심 지어는 외국업체가 선적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연도내에 대금을 집행해줄 방법까지도 동원했다.재무부와 감사원의 자승자박적 통제방법 때문이다.
각론적 차원에서 군개혁의 방법론은 얼마든지 있다.불과 30만명을 가지고도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군대를 만들수도 있다.「미군의 속군」이 아닌,작전과 정보능력을 갖춘「독립군대」를 가질 수 있다.율곡사업과 군수인력의 30%만 가지고도 현대적인 자원관리 시스팀을 이뤄낼 수 있다.그러나 가장 쉬운 기구통합 과제하나 이뤄내지 못한다면 다른 처방전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