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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입무엇이문제인가>3.낭비 자초하는 원가계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수십년간 은행에 질서가 없었다.간단한 번호표 시스팀 하나를 설치하니까 문제가 해결됐다.이렇게 간단한 시스팀 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될것을 가지고 우리는 그동안 국민의식만 비하시켰다.같은 한국 건설업체가 싱가포르에서는 품질 시공 을 했고 한국에서는 부실시공을 했다.싱가포르에는 감리 시스팀이 있었고 한국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산업체가 부가가치를 창조해 놓으면 땅부자와 돈부자가 가장 큰 파이를 가져갔다.이러한 시스팀 속에서는 누구나 생산보다는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다.이렇게 의식과 행동은 시스팀의 산물이다.군수에서의 부정.비리, 그리고 비효율성 역시 낙후된 시스팀의 산물이다.
방위산업 업체에는 직접비에 대한 원가회계는 있어도 간접비에 대한 원가회계는 없다.이러한 업체에 간접비를 보상해주기 위해 국방부 원가과는 편법을 사용해왔다.
업체마다 간접비 비율을 정해주었다.어떤 업체에는 1백90%를,그리고 다른 업체에는 2백%를 인정해 주었다.품목마다 직접비만 확정되면 여기에 2백%를 곱한 것이 간접비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회계공준에 위배된다.품목별 직접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업체와 군수본부 원가요원간에 흥정이 시작된다.때로는 신경전이 ,때로는 담합이 있게 된다.이를 위해 업체는 군수본부로 원가자료를 한짐씩 지고 온다.이 흥정된 직접비에다 국방부에서 받은「비율」을 곱하면 업체가 받아갈 간접비가 된다.
이러한 원가정산 시스팀 속에서 업체의 행동은 보지 않고도 예측할 수 있다.국방부 원가과에 가서는 비율을 높게 할당받으려 노력할 것이며 군수본부에 가서는 직접비를 높이려 노력할 것이다.국방부나 군수본부에 있는 원가요원들은 원가를 분 석할만한 전문성도,시간도 없다.마치 세무공무원이 세금을 적당히 때리듯 그렇게 원가가 결정된다.감사관들도 전문지식이 없다.이들은 지난해보다 높게 책정해둔 것들만 골라 의혹의 눈길부터 던진다.따라서원가요원들은 가급적 지난해의 원가에 물가상승률 정도만 보태게 된다.군은 정확한 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방산제품을 구입해온 것이다.
이러한「비율」시스팀은 조립업체의 부품구매 마인드를 왜곡시켜 엄청난 낭비를 유발해왔다.1백달러짜리 부품과 2백달러짜리 부품이 있을때 조립업체는 당연히 2백달러짜리 부품을 선택한다.간접비를 두배로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많은 업체들 이 부품가격을 조작했다.로비비같은 것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업체는 원가를 조작하게 된다.조립업체는 국산부품 보다 외제부품을 더 선호해왔다.국산부품을 사용하게 되면 여러차례에 걸쳐 그 부품의 원가자료를 감사받아야 한다.엄청난 행정도 수반된다.그러나 수입된 부품에 대해서는 청구서 한장이면 모든 것이면제된다.
계약의 형태에는 두가지가 있다.하나는 확정가 계약이며 다른 하나는 사후 원가정산제다.가격을 일단 정하면 흑자든 적자든 모든 책임을 업체가 지는 것이 확정가 계약이고,업체가 합법적으로만 발생시킨 비용이면 이를 1백% 보상해 주겠다는 것이 사후 정산제다.
미국의 경우는 전체 계약건수의 85%가 확정가 계약이지만 한국군의 경우는 거의 1백%가 사후정산제다.형식적으로는 확정가 계약을 체결하고도 계약서에 「사후관리」라는 조건을 달아 군은 업체가 절약한 원가를 보두 빼앗아 왔다.업체의 원 가절감 의지가 조금도 유도될 수 없는 시스팀이다.
업체는 전철을 탈 것도 비싼 택시를 타고 싶어 한다.전철을 타면 영수증이 없어 자기 돈이 들지만 택시를 타면 영수증이 있어서 원가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산제로 인해 군은 언제나 비싼 택시값을 물어주었다.미국처럼 확정가 계약 을 실시하면업체의 원가절감 노력이 유도된다.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원가를 낮추고 기업경영의 합리화를 유도해 준다.사후정산제로 인해 업체에 대해서는 경직된 고자세를 취해왔지만 언제나 군은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를 보았다.질 낮은 시스 팀이 업체의 마인드를 오염시키고 방위산업 경쟁력을 퇴화시켜 온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무기 국산화의 상징으로 창설된지 25년이 되었다.그러나 그들은 덩치 큰 예산사업에만 매달렸고 부품 국산화는 사소하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다.업체가 부품을 국산화해 성능검증을 의뢰해와도 군은 이를 처리해 주지 못했다.국 방과학연구소.품질검사소.군수사령부,그리고 군수본부간에 핑퐁작전으로 업체의국산화 의지는 산산이 부서졌다.어쩌다 국산부품이 선진국으로 수출되면 군은 5배에서 20배에 이르는 바가지 가격을 주고 국산품을 역수입해왔다.부품 국산화란 말 뿐이다.콩가루 조직간의 책임회피 행정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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