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백경>13.흘러간 옛노래 혁명가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中國에도 가요반세기가 있다.北京텔리비전이 방영했던 프로그램으로는『半個世紀的歌』가 여기에 해당한다.抗日戰.해방전쟁을 거치며젊은 시절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냈던 세대들이 불렀던 紅軍시절의 노래들로 주로 전투나 사회주의 혁명이 노래소재들이다.
『紅旗를 수놓네』나『나는 한사람의 병정』『나의 집은 송화강변에 있네』등은 전선소식.승리.당의 찬양.향수를 주로 담은 것으로 가요반세기 노래들 중에서도 애창곡에 속한다.
심야TV프로에 나왔던 수백명의 60,70대 老戰士들은 한곡 한곡 옛노래가 나올 때 마다 열렬히 박수를 쳤다.『혁명인은 영원하리』라는 노래에는 눈시울을 적시며 합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지금은 몸이 늙고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 만 노래 속에서 과거의 투쟁과 정열을 되살리며 이제는 그리운 추억인듯 한마음으로 열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목청껏 노래한 뒤의 여운은 그렇게 행복한 것으로만 비치지는 않았다.같이 노래하는 젊은 세대가 보이지 않았으며 노인들끼리 모인 쓸쓸한 위안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이었다.
중국 건국기념일인 지난 10월 1일 방송국의 신청곡 프로그램에서 한 젊은이가「흘러간 옛노래」를 청했다.젊은이의 변인즉『주위에선 홍콩.臺灣노래가 판을 치고 있다.그런데 우리에게도 50,60년대의 노래 가운데 좋은 곡이 많다고 생각한 다.「조국을노래하자」나「우리는 대로를 따라 걷는다」중에서 한곡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송국측의 대답은『우리에겐 지금 그런 노래 테이프가 없다.미안하지만 홍콩의 葉아무개가 부른「멋지게 걸어가세」가 어떻겠는가』고 딴 노래를 부를 것을 요청했다.
이른바 사회주의 시기의 혁명가요가 80년대 이후 사실상 대중적 기반을 상실한 것이다.
北京시민들은 韓國이나 日本의 청소년들이 서양의 대중가수들을 보기 위해 수라장을 이루는 광경을 보고는 설마 北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수 있겠는가 하며 대안의 불로 생각했다고 한다.그러던 것이 지금은 이웃나라 뺨을 칠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追星族(스타를 뒤쫓는 무리)들은 중국가수들을 아예 외면한다.
홍콩이나 대만의 가수들은 무대동작이나 표정이 생생하기 때문에 즐거움이나 슬픔을 같이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애국이나 혁명 보다는「병없이 앓기도 하는」외국의 유행가에 빠져들어 대륙에서 홍콩.대만가수들이 공연할 때는 환영대열이 어느 나라 대통령 행차보다 더 열광적이다.한장에 노동자의 한달치 수입과 맞먹는 2백,3백위안짜리 입장권도 불티나듯 나가수억원씩의 이익을 챙겨주고 있다.
세태가 이러니 혁명가요를 열창하는 老戰士의 가슴에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것이 과거의 정열만은 아닐 것이다.
[北京=全擇元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