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의토종개 공동집필 임인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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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94년(甲戌年)은 개띠 해.
개를 사랑하는 이는 물론 많다.林仁鶴씨(32.현대정공 사원)는 그중에서도 유별난 개 애호가다.
직장에서 그의 별명은 「개박사」.
林씨는 지난 10일 삽살개 연구가로 유명한 경북대 河智鴻교수(유전공학과)와 함께『한국의 토종개』(대원사刊)라는 책을 펴냈다.河교수는 삽살개편을,林씨는 진도개편을 각각 맡았다.
『강아지를 구입할 때는 감기가 유행하는 겨울철이나 질병이 많이 도는 한여름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진도개는 보리밥에 된장이나 비벼 먹이면 된다는 속설은 잘못된 것이다.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고 운동을 꼭 시켜야 한다.』 林씨의 글은 단순히 진도개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개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도록배어 있다.책에 실린 1백여장을 포함해 林씨는 지난 몇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두 2천여장의 개 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있다. 서울 태생의 평범한 직장인인 林씨는 어릴 때부터 끔찍이 개를 좋아했다.
『국민학교때 집에서 스피츠를 키웠어요.학교에서 돌아오면 내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철대문 안에서 낑낑거리며 반가워하는데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목걸이를 채우면 목이 상할까봐 대신두 평 가량의 철망 우리를 만들어 주었지요.이름 이 「해피」였는데 한번은 그 개가 아팠어요.밤에 불안해서 잠을 못이루다 몰래 개 집에 들어가 같이 잔 적도 있습니다.』 「해피」는 林씨가 국민학교 5학년때 늙어 죽었다.그는 스피츠를 효창공원 뒷산에 고이 묻어 주었다.이즈음 林씨는 동물도감에서 진도개 사진을보고 한눈에 반했다.실물을 보려고 5학년 겨울방학 내내 퇴계로개 상가를 찾아갔다.
추운 날씨에 5시간씩이나 가게 진열장 앞에 서서 진도개를 구경한 날도 있었다.
『개를 사려고 저금을 시작했습니다.6학년때 1만5천원이 모였어요.아버님께 이 돈으로 진도개를 사달라고 떼를 썼지요.』 어느 날 아버지가 진도개 강아지 한마리를 안고 퇴근했다.뛸듯이 기뻤다. 그때부터 林씨는 15마리 가량의 진도개를 차례로 길렀다. 『고교(경성고)때는 「국화」라는 암캐를 길렀지요.마침 대전에서 진도개 품평회가 열렸는데「국화」를 데리고 출전해서 유견조(幼犬組)1등상을 탔어요.고교시절에 개품평회는 물론 좋은 개가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빠지지 않고 구경하러 다녔습 니다.』80년 고교 졸업후 재수생이 된 林씨는 대학입시 준비를 하면서도 틈을 내 진도개의 고향인 전남 진도를 다녀올 정도로 개에 푹 빠져 있었다.
82년 인천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도중에 병역을 마치고 87년 대학을 졸업했다.
그후 한 자동차 전문 잡지사에 근무하다 89년 현대정공에 입사,현재 홍보실에서 근무중이다.
『진도를 직접 가보고 처음에는 무척 실망했습니다.정작 좋은 개는 도시 사람들이 많이 빼내갔지 뭡니까.게다가 애호가들끼리 서로 의견이 엇갈려 구심점이 될만한 공신력 있는 진도개 단체조차 아직 없는 형편입니다.』 林씨는 서울등 대도시의 애견가들이외모만 번지르르한 진도개를 좋아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진도개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강인하고 충직한 「성품」에 더점수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도시 사람들은 아키다견 같은 일본개와 진도개를 교배시켜 얻은 잡종을 순종 진도개로 알고 기르더군요.물론 속인 사람은 더 나쁘지만 매끈한 겉모양만 생각하는 풍조도 문제입니다.또한편으론 모습은 엉성해도 사냥만 잘하면 진도개라 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양쪽 다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도개의 명성을 이용해 농간을 일삼는 일부 사람들을 林씨는 「개보다 못한개장수들」이라고 혹독히 비판했다.서로 「정통」임을 주장하며 난립하고 있는 진도개 관련단체들에 보내는 그의 눈길도 곱지 않다. 林씨는 요즈음도 토요일이면 카메라를 메고 진도.경북 경산 등지를 다니며 토종개들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다.
워낙 개를 사랑하는 자신을 개들이 잘 알아주어서인지 사나운 맹견을 찍을 때 한번도 물린 적이 없다고 한다.『자기를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개들이 느끼는 것같다』고 그는 말했다.
개를 끔찍이 아끼는 林씨에게 농반진반으로 『보신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의리상 안먹지만 다른 사람들이먹는 데는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서양의 달팽이.개미 같은 토속음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林씨의 희망은 앞으로 개 사진 전문가겸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소설을 쓰게 되면 가장 자신있는 개 이야기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물을 기르면 정서면에 도움이 되고 특히 어린이에겐 생명의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가 됩니다.』 林씨는 대학 동창인 부인(31)과의 사이에 네살 된 딸을 두고 있다.『내년에 둘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입니다.
아들인지,딸인지 모르지만 개띠라는 것만은 확실하지요.』뜻밖에도 林씨의 집에서는 정작 개를 기르지 않는다.부인이 개를 유달리 싫어하기 때문이란다.『결혼 당시엔 내 취향을 양해해준다는 약속을 받아냈었는데…』라며 林씨는 이 점을 특히 쑥스러워했다.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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