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반대가 포용되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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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쌀시장이 마침내 무너지자 온 세상이 시끌시끌하다.固守論者들은정부의 거짓과 違約을 소리높여 탓하고 나섰고,開放論者들은 사전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한다.
농민이나 야당은 정부가 속였다고 분노하고 있다.후보 시절에「職을 걸고」쌀 한톨도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시위가 벌어지고 논쟁은 가열되고 있다. 쌀은 우리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니만큼 이런 소동은 당연하다고 하겠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임론 수준에서 겉도는이런 논쟁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데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생각이 든다.
농촌을 아직도 고향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우리세대에 있어서 쌀시장 개방에 심정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더군다나 그동안 정부의 農政失策으로 우리의 곡물과 가축들이 차례차례 메말라가는 것을 우리들은 보아왔다.
우리의 밀은 어디에 있으며,우리의 콩은 어디로 갔는가.美國의원조로 밀이 넘치듯 수입되자 밀재배 농가에 대한 모든 보조를 없앰으로써 밀의 씨앗마저 없애버린,소위 미국경제를 배운 비교우위론의 경제정책 立案者들이 그들의 섣부른 경제이론 을 실험하다가 오늘의 농촌을 피폐시키고 우리의 곡물,우리의 가축들을 몰아내고 씨를 말려버렸던 것이 아닌가.이웃 日本은 미국 밀가루로 국민들의 食性까지 변해가자 서둘러 자기네 밀을 살려내 자급률을높이는등 대비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하는 말이다.
그나마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우리 것 지키기 운동을 펼쳐도 외면해버리는 게 우리네 정부요,정치였다.
이제 개방이 되면 우리의 쌀은 어떻게 되며 마늘.고추는, 또쇠고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쌀시장개방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대책을 세우고,농가의 소득 구조는 어떻게 바꾸고,우리 농가는 우리네 입맛에 맞는 어떤 품종의 쌀을 개발할 것인가 를 정부가,경제정책 입안자들이,농촌연구소가 연구하고 대비를 했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우리네 정책은「쌀 死守」하나로 일관하면서 다른 代案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말았다.이것이 바로 우리네 정치의 편벽함이요,지적 편협함이며,바로 우리 사고 의 獨裁性인 것이다.
맛있는 쌀을 개발하고,美人을 만드는 쌀을 선전하고,쌀 속까지익히는 새로운 밥통을 개발하고 한 것은 일본이 쌀을 死守하지 않기로 한 이후의 일이 아니다.그전부터 만약을 대비해온 것이다.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 사회 안에 반대 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공간이,또 그 반대를 관용하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정치인이 쌀시장 개방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주장을 하더라도 바로 逆敵이나 賣國奴로 질타당하고 매장당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쌀시장 개방에는 반대하지만 만약에 대비해 농어촌을 살리고 강하게 만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면 우리의 경우는어떠했을까.그것은 바로 개방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엄청난 질책을 당하고 그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졌을 것이다.
우리네 국회의원들이 농어촌 구조조정 사업을 늦춰온 이유가 바로 그러했다.그것은 단순한 책임론 이전에 사고의 경직성이며,비전 없고 용기 없는 사고의 低劣함인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같은 사고의 二分法에 있는 것이 아닌가.그런 사고방식 들이 30여년의 군사독재로 인한 눈치보기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아니면 祭祀방법 하나 놓고 다투다가 3族을 멸하던 四色黨爭에서 연유된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개방이 불가피한 것으로 되어가자 하룻밤 사이에 생겨난 수많은개방론자들과 홍수처럼 쏟아지는 개방 이익론이 현기증을 일으키게한다.때문에 우리는 무턱댄 쌀시장 개방 반대론을 경계하는 것이며,진정한 의미에서 쌀시장 개방론이 없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이다. ***사고의 二分法 탈피를 쌀시장 개방으로 모든 문제가끝나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하나의 시작이다.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은 그들의 우월적 입장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압력과 규제 수단을 끊임없이 강구하고 있다.과거엔 人權과 安保를 앞세워,이제는 자유무역 질서 을 앞세워,그리고 앞으로는 환경과 지구의 보존을 앞세워 우리에게 통상정책의 수정과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조정을 요구해올 것이다.
우리는 진실로 시련의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사회의 모든 의견들이 다양하게 개진되고,그 속에서 해결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선우리는 반대가 용기있는 자들만의 것이 아니도록,누구나 반대하고다른 의견을 낼 수 있도록,「반대가 관용되는」 풍토를 조성하는것이 참으로 필요한 것이다.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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