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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독서실>소설이 아닌 삼국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서울대 정치학과의 최명교수가 국내외의 수많은 관련도서들은 참조하여『三國志演義』의 각 인물들을 해설한 평전이다.
영웅론.공명론.선비론.관우론.미인론.쪼다론.장수론.모사론 등21가지 주제별로 엮었다.
영웅론 제2편은 淸末의 反儒사상가 이종오의『奇書 厚黑學』을 소개한다.
이 책은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은 인간학을 주장함으로써 유교사상에 정면으로 도전한 책.
이종오가 관찰한 조조는 어떤 인물인가.
『그의 최대 특징은 형용할 수 없는 흑심과 뻔뻔스런 점이다.
그는 여백사를 죽이고 동승.복황후.황자를 죽이고도 그 죄를 의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만하게도 「나는 남을 버려도남으로 하여금 나를 저버리게 하지 않겠다」고 안 하무인으로 방언하며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비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의리와 지조가 없는 기회주의자로 항상 변신이 끝이없었다.여포에 의지하는가 하면 조조에게 붙어있고,원소의 품에 안기는가 하면 유표쪽에 기울고,결국은 숙적인 손권과 결탁하는 등 때에 따라 변하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으며 부끄러움을 몰랐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진퇴양난의 최후순간에 이르면 꼭 통곡하는 특기를 가졌다.
연민의 감정을 지어내는 그의 독특한 통곡에 의하여 어려운 국면을 유리하게 바꾼 일이 여러번 있었다.
이종오에 의하면 厚黑에는 3단계가 있으며 수련을 쌓음에 따라옮겨간다.
첫단계는 「두께는 성벽처럼,검음은 먹같이」를 목표로 하는 단계. 2단계는 「두껍고도 단단하며 검고도 빛나는 것」을 목표로하는 단계다.
이 수업을 쌓으면 상대가 아무리 급습하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해 나간다.
이종오는 유비와 조조를 그 대표적인 인물로 꼽는다.
3단계는 「두꺼우나 모양이 없고 검으나 색이 없는 경지」로서고금을 통하여 누구도 그것을 간파한 사람이 없다.
구태여 역사속에서 찾는다면 고대의 大聖.大賢 중에 몇사람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조선일보사.4백71쪽.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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