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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원 해결 빠쁜/국회 예결위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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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단민원 우려… 「새만금간척」 원안 통과를”/“이런데가 한국 어디에…” 건널목 건설 촉구/“쑥스럽지만… 감귤도 개방불가 품목으로”
국회 예결위원회가 지루한 정책질의를 끝내고 부별 심의에 들어갔다. 예결위의 정책질의가 본회의 질의와 중복되어 맥빠진 가운데 진행되면서도 본회의 질의와 다른 점은 나라 전체일 보다 지역구사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예산심의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예결위원들이 이 기회를 이용하여 소위 「한건하자」는 속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들간에 예결위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예결위원들은 지역사업을 예산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농정실패 등 다른 문제를 먼저 집중적으로 추궁하여 장관들의 「군기」를 잡은뒤 지역 일을 봐달라고 요구하는 성동격서형이 있었는가 하면 숫제 체면을 돌보지 않고 애걸복걸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북 부안출신의 이희천의원(민주)은 추곡수매와 관련해 정부측을 장시간 성토한뒤 새만금 간척사업 조기 완공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요구했다. 그는 『새만금 간척사업 관련예산이 8백억원 밖에 없어 보상지연과 이에 따른 집단민원 발생 우려가 있다』며 7백억원을 증액한 농림수산위 안을 수용하라고 졸랐다.
최욱철의원(민주·강원 명주­양양)도 냉해보상 정책을 강력한 어조로 질타한 다음 『강원도 오지의 농민은 냉해피해 신고도 제대로 못한 만큼 대책을 세워달라』고 사정했다.
충남 공주출신의 이상재의원(민자)은 『백제문화 개발사업에 민자를 충분히 끌어들이려면 우선 사업 전반부 4년동안 국고와 지방비를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로 예산을 따내려 했다.
민자당 광주시지부 위원장인 이환의의원(전국구)은 『광주 평동지역 등 호남의 공단 주변을 특구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호남고속철도의 후속조치가 없다고 따지면서 『한쪽에서는 학처럼 목을 길게 뽑고 김영삼대통령 약속이행을 기다리는 애처로운 정서가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역사가 지하·지상 어느 편이 좋겠느냐는 등 배부른 논쟁이 한창』이라고 지역감정이 배어있는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변정일의원(무소속·서귀포­남제주)은 처음부터 사정조였다. 그는 『감귤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다소 쑥스럽기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예결위원 50명중 여기에 관심 가질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감귤의 쌀외의 개방불가 품목으로 지정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해석의원(민자·대구남)은 『주변인구가 5백만명이나 되는 대구공항이 95년 국제정기항로 개설 등이 예정돼 있는데 내년도 예산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13억원을 새로 배정한 교체위 안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자당 민주계인 박희부의원(충남 연기)은 24일 자신이 추진하는 중국 하얼빈대학내 안중근의사 동상건립 사업은 민족혼을 고양하는 일인 만큼 정부가 당연히 재정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건설부차관·철도청장을 상대로 한 일문일답에서 자기 지역의 도로·건널목 사정을 따진뒤 『이런데가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지 잘 알겠지요』라며 투자확대를 요구했다.
이원형의원(민주·서울 은평을)은 『일산 신도시와 서울을 잇는 중간지역에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고,김길홍의원(민자·경북 안동시)은 서면질의에서 『중앙고속도로 대구∼안동 구간을 처음부터 2차선 아닌 4차선으로 하고 안동∼제천구간도 조기 착공해달라』고 주문했다.
예결위원들은 예산안 심의 막바지 단계인 부별 심사·계수조정 과정에서 마지막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별적인 사업들이 반영될 경우 내년도 나라살림은 자칫 크게 왜곡편성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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