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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커진 북한 대남 비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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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언론 동원 날마다 원색적 비난/김 대통령 방미활동에 집중 포문
북한이 최근 대남 비방을 부쩍 강화하고 나섰다.
북한방송은 연일 문민정부를 걸고 넘어지면서 김영삼대통령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 대통령에 대한 비난 논조는 가위 입에 담지 못할 정도다. 대남 비방은 대남방송인 평양방송뿐만 아니라 당기관지 노동신문·중앙방송 등 북한내 전 언론에서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비방은 특히 북한 핵해법을 정리한 한미 정상회담 등 김 대통령의 방미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남북대화에 대한 북측 태도를 주목하게 한다.
먼저 북한은 20일 김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방문때 『통일을 환상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반화해·반통일적 망언」이라며 중앙방송을 통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이 방송은 이날 김 대통령을 「반통일분자」로 부르면서 『해외에 나가서도 있지도 않은 핵문제를 걸어 통일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했다.
23일에는 시애틀 아태경제협력(APEC) 회담에서의 김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날짜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김 대통령이 핵문제에 대해 외세가 꾸며놓은 헛소문을 듣고 다니면서 핵무장을 강화하는 일본편만 든다고 비꼬았다.
특히 북한은 26일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평양방송 논평을 통해 『외세와 야합해 동족을 해치려는 민족 반역행위』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평양방송은 김 대통령이 『조미 3단계 회담에 제동을 걸면서 핵문제와 관련한 일괄 타결을 반대하고,핵사찰만 떠들어댔다』고 말했다.
방송은 또 팀스피리트훈련 개최를 한국정부가 결정키로 한 것과 관련,『정치적 자주성도 군사통수권도 갖지 못한 식민지 ○○의 궁색한 처지를 가리우기 위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북한 언론의 이같은 비난논조는 일단 북한 핵문제 해결방법에 대한 김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는 향후 남북대화에 진통을 예고하는 신호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은 특사교환의 재개조건으로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및 한미간 협조관계로 요약되는 국제공조체제의 포기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북측의 태도에 미뤄 앞으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재개될 수 있을지와 재개된다해도 성과보다는 미­북한 3단계 회담의 모양 갖추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북한방송의 대남 비방은 최근 부쩍 강화된 김정일의 우상화작업과 관련,대내 결속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전략이 2중적 태도를 보여온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의 대남 비방강화가 남북대화에 대한 강경조치로 연결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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