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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한국축구유감>中.월드컵 유치 앞서 질서부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월드컵 축구를 한국에서-.
2002년 월드컵 유치작업을 축구협회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한다는 반가운 얘기가 들린다.
요즈음 아이들 표현대로라면 상상만해도「뿅가는 일」이다.
세계적인 스타들과 그들을 향한 눈길이 온통 서울로 쏠릴 터인데 2000년대의 첫 월드컵 축구를 한국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너무나 신바람나는 일대사건(?)이라고 하겠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의 축구팬들은 당연히 우리 축구의 모든 것을 알고싶어 할 것이며 우리는 벌거벗은 채 우리들의 모습을 그들앞에 내놓게 될 것이다.
낙후한 운동장 시설이나 월드컵에 필요한 갖가지 행사는 정부.
축구협회, 그리고 돈이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 축구를 알고싶어할 그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리 자신있는 일이 아니다.
10년동안 보았던 독일 축구와 우리 축구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페어 플레이가 안되면 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행위의 페어 플레이는 말할 필요도없고 질서를 지키고 원칙을 따르며 양심까지도 지킬 수 있는 높은 차원의 페어 플레이를 의미한다.
승부를 조작하고 판정에 불복하며 경기 규칙을 어기고 불신이 깊게 뿌리박고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은 세계 축구인들을 놀라게 할 것이고 또 그들을 화나게 할지도 모른다.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은 심판 판정에 불복,난동을부리다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 출전 티킷을 우리에게 넘겨주고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국제대회 출전자격을 박탈당했었다.그러나 지금도 우리나라 축구장에서는 빈번 히 이런 일이일어나고 있다.
개인적인 예를 들어 대단히 미안하지만 독일에서 뛰고 있는 金鑄城선수가 퇴장당하고 출장정지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상대방 벤치 밑으로 굴러들어간 공을 주우러 갔다가 이기고 있는 상대선수들이 얼른 꺼내주지 않고 놀렸다고 해서 조금 심하게떼밀었던 모양이다.
독일 TV는 충격이라는듯『이해할수 없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그 장면을 내보냈고 축구협회는 출장정지를 내렸다.
외국 경기를 보면 매우 거친듯 보이지만 일정수준은 절대로 넘지않는다.가슴을 서로 맞대고 밀면서 다툴지언정 주먹으로 치지는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나 협회는 이제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바로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될 우리 축구인들은 높은 차원의 페어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자제하고 인내하는 공부를 해야한다. 언젠가 독일 신문이 상대 의원에게 펀치를 날리는 한국 국회의사당 사진을 싣곤『이 정도는 한국에선 보통』이라고 설명을 했다.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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