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화섬업계 신소재로 승부-항균등 다기능제품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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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80년대 후반이후 성장을 거듭해온 화섬업계(폴리에스터.나일론.아크릴)가 올들어 국제적인 불경기에 직면,생산량을 감축하는등몸살을 앓고 있다.
화섬업은 대표적인 대기업형 장치산업으로 이때문에 코오롱.동양나일론.三養社.고려합섬.泰光산업.鮮京인더스트리.제일합섬등 13개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산량의 80%이상을 수출하며 그동안 호황을 누려왔다.
우리나라의 화섬 생산능력은 세계5위 수준이며 업계는 이에「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시설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臺灣.泰國.中國등이 화섬설비를 크게 늘리는 바람에 세계적인 공급과잉 사태를 맞아 적자회사가 생기는등 국내 업계가 난관에 부닥쳤다.
불경기는 나일론업계로부터 찾아와 코오롱이 지난봄 70년대이래처음으로 조업을 단축하는등 업계 전체가 減産체제에 들어갔다.
폴리에스터업계도 올해부터 비슷한 상황이 불어닥쳐 실을 뽑아내는 속도를 일부러 늦추거나 정기설비보수기간을 늘려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채산성도 물론 나빠져 폴리에스터 長섬유의 경우 지난해 봄만 해도 파운드당 1달러20센트하던 것이 지금은 70~80센트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말 5만5천t이던 재고가 9월말에는 6만6천t으로 늘어 적정재고의 두배수준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런데도 폴리에스터 장섬유를 중심으로 업계는 증설경쟁을 계속,올해 日産 2백50t정도를 늘릴 계획이어서 설비과잉은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화섬협회 관계자는『우리나라만 설비증설을 자제하면 경쟁국들에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어 증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증설경쟁과 함께 신제품 개발에 나서 실크.毛.綿같은 천연섬유이상의 촉감을 갖는 신합섬과 향기섬유.抗菌섬유.변색섬유등 다기능화 섬유 개발에 열을 올리고있다.
코오롱은 올 4월 모직물을 대신할 수 있는 필그린을 개발해 상품화했고 인조실크인 실비아,첨단 인공피혁제품인 샤무드,자외선차단소재 UV-X등을 만들어냈다.
鮮京인더스트리도 실크풍인 스포나,毛감각의 엘키나를 올들어 내놨고 제일합섬은 부드러운 超極細絲인 海島형 섬유와 항균방취용 스판본드를 개발해냈다.
동양폴리에스터는 섬유의 수축성을 높인 비슈를 내놓았고 동양나일론은 실의 한가운데에 미세한 터널이 있어 가볍고 보온성이 좋은 中空絲를 근래에 개발했다.
이에 따라 신합섬이 업계 전체의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6%에서 올해는 34%로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는 또 선진국의 경우 생산비중이 높고 미래의 유망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산업용(非의류용)섬유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코오롱의 경우 의류용 섬유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산업용 소재인 高강력絲 설비를 월 2백t으로 늘렸고 제일합섬은 카시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현재 국내 산업용 섬유는 타이어코드.천막.어망.벨트.부직포.토목용 섬유등 초보적인 제품에 국 한되고 있다. 업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환경용.의료용.정보통신용등으로 용도를 다양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화섬업계는 또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화섬플랜트의 해외수출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이밖에 非섬유의 비중을 확대,엔지니어링 플래스틱과 각종 樹脂생산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상공자원부 權奇成 섬유원료과장은『현재 화섬시설의 노후도가 55%에 이르고 있는 것이 문제이므로 95년까지 40%수준으로 낮추고 고부가가치섬유 생산비율을 선진국 수준(40%)으로 끌어올리는등 경쟁력강화 시책을 쓰겠다』고 밝혔다.
〈 金 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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