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0~50위권 판도변화 무쌍-공격적 경영 대약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경기침체속에 업종별로 성장의 명암이 엇갈리면서 전자.조선.자동차등을 주력기업으로 삼은 중견그룹의 도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30위권내의 재계 서열은 큰 변화가 없지만 30~50위권의 財界판도는 이들의 부상으로 변화무쌍하다.
능률협회의 3천대 대기업 재무자료를 분석한 동화데이타서비스에따르면 90년대들어 새로 재계랭킹 50위권안에 들어온 그룹들은아남.한라.진로.동원등 모두 4개그룹.
특히 조선.자동차를 주력으로한 한라그룹과 전자(반도체)가 중심인 아남그룹은 최근 3~4년동안 연평균 30~40%대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이는 국내 5백대기업 연간 평균 매출증가율 15%(능률협회 통계)를 두배이상 웃도는 것이다.
지난 11일 아남그룹 金柱津회장이 30대그룹 총수로 청와대 면담을 했을때 재계인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공정거래위가 발표하는 자산기준 30대그룹이나 은행감독원의 은행 총대출금기준 30대그룹 명단에 아남은 한번도 낀적이 없기 때문이 다.아남도『자산기준으로 지난해 32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올해 아남그룹의 매출 1조원돌파와 30대그룹 진입이 확실한 점을 감안했던 것같다.
한라그룹은 중견그룹중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그룹으로 주목받고있다. 주력기업인 한라중공업(조선)과 만도기계(자동차 부품)가호황으로 물건이 없어 못파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의 매출액은 90년 8천1백억원에서 91년 1조1천5백억원(40.5% 증가),92년 1조6천1백억원(40.6% 증가)으로 3년연속 40%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라그룹의 재계랭킹도 91년 25위,92년 23위로 매년 2~3계단씩 건너뛰고 있다.
이와함께 동원그룹은 중공업 계열사가 없으면서도 새로 50위권내에 진입한 그룹(지난해 매출액기준 45위)이다.
동원은 원양수산에서 식품회사로 업종 전환을 시도해 성공한 기업.82년에 한신증권을 매입,덩치를 키운 동원은 같은해 母기업인 동원산업이 참치 캔 통조림을 내놓아 선풍을 일으키면서 재벌의 기초를 닦았다.
업종전환 10년만인 92년에는 식품부문의 매출액(2천2백억원)이 수산부문의 매출액(1천2백억원)보다 훨씬 많아져 변신에 성공한 셈이 됐다.
역사가 오래된 진로도 88년 2세인 張震浩회장의 등장과 함께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작업을 시작해 50위권안에 진입한 그룹.
유통(진로백화점)에 뛰어든후 89년에는 진로건설.연합전선등을잇따라 설립했다.매출액은 87년 3천억원에서 88년 4천1백억원으로 늘었고 91년에는 1조원대 돌파에 성공했다.
이들의 도약으로 상대적으로 50위권밖으로 밀려난 4개의 그룹은 식품의 대명사인 삼양식품(41위)과 농심(44위),신발재벌화승(23위),충남방적(43위)등이다(괄호안은 86년 재계랭킹). 이와관련,全經聯부설 한국경제연구원 孔柄淏박사는『주력업종에는 라이프 사이클이 있게 마련』이라며『신흥그룹들은 기존 업종이피크에 달했을때 성장전망이 밝은 업종으로 과감히 변신한 반면 탈락한 기업들은 그때의 단일업종을 계속 고수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李哲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