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환투기꾼 꽁꽁 묶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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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가 해외 환투기 세력에 대해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재정경제부는 올 들어 환투기 자금이 20억달러 이상 국내에 들어와 시장이 교란된다고 보고 1999년 4월 역외선물환(NDF.차액결제선물환)을 허용한 이후 처음으로 15일 국내은행의 역외선물환 매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환투기 방지 긴급조치=재경부는 이날 외국 금융사들의 역외선물환 대거 매도로 인해 발생하는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국내 은행들이 살 수 있는 역외선물환 규모를 14일 기준으로 1백10%로 제한했다. 사실상 역외선물환을 더 이상 사지 못하게 한 셈이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5.9원 상승한 달러당 1천1백86.1원에 마감됐다.

NDF란 해외에서 거래되는 선물(先物)시장으로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역외선물환 시장이 이용된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1달러에 1천2백원씩 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꾼 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2천원을 벌었다고 치자. 그러나 환율이 폭등해 1달러에 3천3백원이 되면 환차손만 2천1백원이 나 투자수익(2천원)을 날리고 손해보게 된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대부분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가격으로 원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는 역외선물환을 사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선물환을 사지 않고 오히려 파는 행태가 나타났다. 재경부는 이를 환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국제금융국 최중경 국장은 "외국인들이 NDF를 국내 은행들에 팔아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가 쏟아지는 바람에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는 등 시장교란이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미지수=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투기세력이 원화를 대상으로 한 환투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할 때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앞으로 원화가치가 오를 것(환율 하락)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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