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자금출처 조사-고액명단 확인 내년 봄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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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실명제 실시이후 두달간(8월13일~10월12일)의 실명전환 의무기간중 고액 예금을 차.가명에서 실명으로 바꾼 사람과 고액현금을 계좌에서 빼간 사람들의 명단이 국세청에 속속 통보되고 있다. 전국 6천7백96개 금융기관 본점(지점 3만2천7백60개)은 지난 12일까지▲5천만원이상 예금을 실명전환한 사람▲3천만원이상 현금을 인출한 사람등의 명단을 통보토록 되어 있으나일부 금융기관은 자료정리를 채 마치지 못해 아직도 통 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명제 지원작업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빼았겼던 국세청은 국세청대로 稅收비상에 「총동원령」이 내려져 당장은 실명제 관련 자금출처조사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겨를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실제 자금출처조사는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늦어져 내년 4~5월이나 돼야 가능할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또 그동안▲40세이상은 2억원이상▲30~40세는 1억원이상▲30세 미만은 5천만원이상등으로 밝혀온 실명전환자금에대한 자금출처조사 기준도 더욱 완화, 특별한 증여혐의가 없으면아예 조사를 면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고액 인출자의 경우도 세무조사를 일절 없애고 자료를 보관만 한다는 방침이다.
초기의 서슬 퍼런 「과거 묻기」가 이같이 다소 느슨해지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은 實名化가 정부의 기대만큼 이루어졌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조사의 실효성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기관이 작성한 실명제 관련 금융자료는 전산테이프상태로 국세청전산실에 곧바로 제출되고 있어 아직 정확한 통보건수를 알수 없지만 최소한4만~5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10대 증권사만 6천5백여건으로 집계되는등 모두 1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세청 전산실은 제출된 명단을 먼저 개인별.연령별.금액별.직업별로 분류해 입력하고 분포상황을 분석하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수만건에 이르는 자료를 이처럼 처리하려면 줄잡아 2~3개월이 걸린다고 보고있다.
자료분류가 끝나면 개인별 통보내용을 재산상황.납세 현황.소득및 사업규모등 기존의 과세자료와 비교,증여혐의가 있는 사람을 파악하게 된다.
이렇게 선정된 조사대상자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알려 소명기회를준 다음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때 정밀조사를 벌이고 증여가 확인되면 증여세를 물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금출처조사란 것이 상당한 시일을 필요로 하는데다 실제 세금추징으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지난해60만건의 상속.증여관련 자료중 국세청이 증여세를 추징한 경우는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그만한 인력과 시간을 다른 일에 투입한다면훨씬 많은세금을 거둬 들일수 있는데 굳이 국민을「세금공포」에 떨게 하면서 별 효과없는 일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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